개화기 의사·쫓고 쫓기는 노비·여성 거상 등 '사극의 진화'6월엔 한국전쟁 60주년 블록버스터 전쟁 드라마 봇물'내조의여왕' '아이리스' '식객' 속편 제작 벌써부터 기대
2010년 여의도는 드라마 풍년이다. 장르부터 다양하다. 요리 드라마(MBC 월화드라마 '파스타')부터 생소한 느낌의 메디컬 사극(SBS 월화드라마 '제중원')까지 없는 게 없어 보인다. 돈 냄새도 풀풀 난다. 전쟁드라마가 귀환의 신호탄을 쏘아 올리며 제작비 100억원대 규모의 드라마들이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세 가지 키워드로 2010년 드라마 대전의 관전 포인트를 짚어본다.
■사극
지난해 안방을 사로잡은 '선덕여왕'의 후광 때문일까, 사극이 어느 때보다 풍성하다. 의학 드라마와 사극의 접목을 시도한 SBS의 '제중원'(4일 첫 방송)이 우선 눈에 띈다. 조선 말에 세워진 국내 최초의 근대식 의료기관인 제중원을 무대로 삼았다. 개화기에 서양 의술을 택한 의사들의 고뇌와 사랑이 한혜진과 박용우, 연정훈의 몸을 빌려 되살아난다. 이기원 작가는 "사실에만 입각하기보다 작가적 상상력에 역사적 사실을 접목했다"고 밝혔다.
KBS2는 도망치는 노예와 그를 쫓는 또 다른 노예의 목숨 건 추격전을 그리는 수목드라마 '추노'(6일 첫 방송)로 맞불을 놓는다. 장혁과 오지호가 생사의 갈림길에 서서 한 여인의 사랑을 다투는 역할을 각각 맡았다. MBC는 3월 '선덕여왕'의 후계자로 '동이'를 내세운다. 천민 출신으로 무수리를 거쳐 숙종의 여인이 된 영조의 어머니 숙빈 최씨의 파란만장한 삶이 50부작으로 펼쳐진다. 사극의 대가 이병훈 PD가 연출했다.
가진 자의 사회적 봉사와 희생을 강조하는 이른바 '노블레스 오블리주 사극'도 눈길을 끈다. 2일 첫 전파를 탄 KBS2 '명가'는 부자의 덕을 실천한 경주 최씨 일가 이야기를, '의녀 만덕'은 가뭄에 배를 주리던 제주도민들을 전 재산을 털어 구한 여성 거상 김만덕의 삶을 다룬다. 각각 차인표와 이미연의 안방 복귀작이다.
■전쟁
한국전쟁 발발 60주년인 2010년, 여의도에서는 전쟁드라마가 부활한다.
MBC '로드 넘버원'이 6월에 포문을 연다. 한국전쟁 이후 60년 동안 이어진 사랑과 우정이 극적 틀을 이룬다. 16부작으로 총 110억원의 제작비가 투입된다. 소지섭과 윤계상, 김하늘 등 캐스팅도 블록버스터답다.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의 한지훈 작가가 펜을 잡았다. 제작사 관계자는 "대본 작업만 3년이 걸린, 멜로를 바탕으로 한 시대극"이라고 밝혔다.
KBS는 '전우'로 대응에 나선다. 1970년대의 스타 라시찬을 탄생시켰던 동명 드라마를 새롭게 꾸민다. 한국전쟁 당시 전선을 넘나들며 생사고락을 같이 한 9명의 부대원들을 통해 전우애와 인간애를 보여준다는 계획이다. KBS 관계자는 "반공을 내세우기보다 전장에서 피어나는 우정과 휴머니즘을 강조하려 한다"고 말했다.
■시즌2
전작의 열풍을 이어가려는 속편 드라마, 이른바 '시즌2' 제작 바람도 올해 여의도의 신풍속도다. 그동안 국내 방송가에선 속편이라는 개념 자체가 생경하기만 했다.
2004년 방영돼 인기를 모았던 MBC '결혼하고 싶은 여자'가 '아직도 결혼하고 싶은 여자'라는 제목으로 20일 방송되며 시즌2 드라마의 선두에 나선다. 박진희 왕빛나 엄지원이 골드미스 역으로, 김범 이필모 최철호가 그들의 마음을 울리는 매력남 역으로 각각 등장한다. 현대 도시 남녀의 사랑과 결혼을 둘러싼 이야기를 웃음으로 빚어낸다.
지난해 드라마왕국 MBC의 자존심을 살려준 '내조의 여왕'도 속편 제작을 추진 중이다. 지난 연말 종영한 인기드라마 KBS2 '아이리스'도 캐스팅 단계를 밟고 있어 이르면 올해 하반기 '아이리스2'를 만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영화의 2편 개봉에 자극 받은 듯 TV판 '식객'(SBS)도 시즌2 방영이 계획돼 있다.
라제기 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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