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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종섭의 논형] 나눔과 소통의 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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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종섭의 논형] 나눔과 소통의 새해

입력
2010.01.04 2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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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년 새해가 밝았다. 새해가 되면 정부 요인을 비롯하여 다들 거창한 구호를 내건다. 그러나 사람의 생각과 행동양식이 바뀌지 않으면 해가 바뀌었다고 해서 무엇이 달라질 리가 없다. 지난해 국회의 행태에서 보듯 나라와 국민의 운명과 이익은 뒷전이고 눈앞의 정략적 이익에 몰두하여 싸움질만 한다면 한국은 뒷걸음질을 계속할 수 밖에 없다. 지식인과 언론도 어느 한편에 서서 싸움을 부추기고 덩달아 고함만 지른다면 우리의 역량을 약화시키고 헛되이 시간을 소모할 뿐이다.

공존과 상생을 향해

새해 우리 사회를 보다 생산적이고 건전하게 만들고 모두가 함께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드는데 힘을 쏟아야 한다. 국제 사회는 날로 바뀌고 있고, 이웃 중국과 일본은 강대국 경쟁을 하고 있다. 이런 흐름을 잘 인식하여 보다 나은 사회를 만드는 일에 힘을 집중하지 않고 편을 갈라 싸움질만 한다면 현재뿐 아니라 후손들에게도 고통을 안겨줄 뿐이다. 올해 지자체 선거도 이런 싸움판이 되지 않을까 염려된다.

저마다 살 맛 나는 사회, 따뜻한 사회를 만들자고 한다. 그러나 구호로만 되는 일이 아니고 행동양식과 시스템과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 또 정부와 여론 주도층과 지식인이 선도해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은 집권 3년째를 맞아 집권 초기와 같은 마음으로 일하자고 했다. 그간 되풀이한 혼선과 소모적 논의들을 돌아보면, 집권 3년 차라는 생각에 쫓겨 조바심을 내거나 반대로 느슨한 자세로 소중한 시간을 허비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로 듣고 싶다. 옳은 생각이다.

우리 사회를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그것은 많이 이야기하듯이, 나눔과 소통의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나눔과 소통 속에서만 우리 모두가 주인이 될 수 있으며 공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모두가 공존하고 상생하는 사회라면 그 사회를 아끼지 않을 수 없고, 그 이웃과 친하고 재미있게 살지 않을 수 없다. 사회의 통합은 말을 하지 않아도 당연히 이루어진다.

나눔은 동정이나 내가 가지고 남는 것을 남에게 주는 것이 아니다. 사회의 한정된 재화를 각자 자기 몫이 정확히 돌아가도록 정의롭게 배분하는 것이다. 권력이 그렇고 돈이 그렇고 복지와 문화가 그렇다.

권력은 나눌수록 커지고 정당성을 지닌다. 1인이나 소수가 권력을 독점할 때 이는 사회의 위기로 치닫는다. 돈도 마찬가지다. 바다에 물 없이 배가 뜰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권력의 나눔은 제도에 의해 이뤄져야 한다.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간에 권력의 나눔이 있어야 한다. 중앙정부에서는 입법부와 행정부, 헌법재판소와 법원간에 권력의 나눔이 새롭게 돼야 한다. 여당과 야당 간에도 나눔이 있어야 한다. 시민사회와 정부간에도 사회권력의 나눔이 있어야 한다. 이를 거버넌스라고 한다. 한국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거버넌스의 정립이야 말로 남은 기간 이 정부가 해야 할 일이다. 필요하면 헌법도 개정해야 한다.

자본주의 국가에서 재화의 나눔에 가장 민감한 것이 돈의 나눔이다. 시장경제는 강자가 약자를 약탈하는 것이 아니다. 자율과 상생적 경쟁 속에서 각자의 개성이 신장되고 자기 몫을 늘릴 수 있어야 한다. 시장은 소수의 독점이 아니라 다수의 공유가 되어야 한다. 돈이 소수 재벌에게만 집중되어 중소기업이 발붙일 틈이 없고, 부가 세습되어 신규 진입이 어렵고, 돈과 지식과 정보와 복지의 양극화에 따라 강자만 살판나는 세상은 우리 헌법이 정한 시장경제가 아니다.

건강한 시장경제 작동해야

나눔의 핵심은 건강한 시장경제가 작동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 정부가 서민을 위하겠다는 것으로 방향을 설정한 것은 옳으나, 작은 정책이 아니라 건전한 시장경제의 틀을 만드는 보다 큰 프로젝트를 추진해야 한다. 진정한 나눔의 사회를 만드는 시동을 거는 것, 그 것이 경인년의 출발점이다.

정종섭 서울대 교수 · 새사회전략정책硏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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