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섭창구 단일화 문제는 양날의 칼이다. 경영계는 복수노조가 허용돼 노조들이 제각기 교섭을 요구하는 시나리오에 몸서리를 친다. 반면 노동계는 헌법상 권리를 내세워 노조의 개별 교섭권은 당연하다고 주장한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이 시한을 넘겨 1일 새벽에야 가까스로 국회를 통과한 것은 이처럼 양측의 시각이 완전히 달라 접점을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산별노조 교섭권 놓고 개정안 진통
노조법 협상에서는 산별노조(초기업노조)의 교섭권을 별도로 인정할지 여부가 최대 쟁점이었다. 산별노조는 전체 조합원의 절반이 넘는 53%를 차지한다. 기업노조보다는 산별노조가 대세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민주당 민주노총 등은 교섭창구를 단일화하더라도 산별노조에 대해서는 예외를 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일용직근로자 등 사회적 약자들은 산별노조가 아니면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없다는 논리를 폈다.
이에 대해 정부와 경영계는 극구 반대했다. 교섭 비용의 증가는 물론, 기업노조와의 형평에도 맞지 않는다는 이유다. 임태희 노동부 장관은 노조법 개정안이 국회 환노위를 통과한 구랍 29일 밤 긴급 기자간담회에서 "산별노조의 별도 교섭권은 명백한 특혜다. 정치적으로 타협하더라도 절대 수용할 수 없다"고 강경 입장을 거듭 밝혔다.
결국 개정안은 '사업장에 2개 이상의 노조가 있는 경우 2012년 7월부터 창구 단일화 규정을 적용한다'고 어정쩡하게 매듭지었다. 산별노조의 교섭권을 직접 건드리지 않으면서 복수노조가 허용되는 2011년 7월보다 1년의 유예 기간을 더 주는 정도로 봉합한 것이다.
3단계로 창구 단일화
교섭창구 단일화는 3단계로 진행된다. 사용자가 노조들에게 교섭창구 단일화를 요구하면 먼저 자율적으로 단일화에 나서야 한다.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한 내에 단일화에 실패하면 과반수 노조가 교섭권을 갖는다. 반면 과반수 노조가 없을 경우에는 공동교섭대표단을 구성해 교섭에 나서면 된다. 단 노조가 전체 조합원의 10% 이상을 확보해야 공동교섭에 참여할 수 있다. 교섭대표는 조합원에 대해 공정대표의 의무를 진다.
하지만 사용자가 교섭창구 단일화를 요구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면 모든 노조가 별도 교섭권을 갖는다. 또한 노조 간 근로조건과 고용 행태 등이 현격하게 차이 날 경우 노사 한쪽이 이의를 제기하면 노동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교섭 단위를 분리할 수 있다.
소수 노조 교섭권 침해 우려
노조 간 자율적 창구 단일화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일이다. 이해 관계가 같다면 굳이 다른 노조를 만들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결국 과반수 노조가 교섭 과정에서 절대적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다.
창구 단일화는 기업별 교섭에 초점을 맞췄다. 따라서 산별노조에 대한 역차별 논란이 제기된다. 산별노조의 지부나 지회가 사업장에서 전체 조합원의 절반을 넘으면 상관없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별도 교섭의 유예 기간이 끝나는 2012년 7월 이후에는 교섭에서 제외될 수 있다. 또한 산별노조 단위에서 수개월에 걸쳐 노사가 합의에 이르더라도 사업장에서는 수의 열세로 적용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비정규직 등 소수 노조의 교섭권 행동권은 과반수 노조의 입맛에 따라 원천봉쇄될 우려가 크다. 별도 교섭권을 가지려면 이들이 다른 다수 노조와 근로조건 등의 현격한 차이가 나는지를 입증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여러 논란 때문에 창구 단일화에 대해서는 위헌 시비가 끊이지 않고 있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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