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강제병합 100년이 되는 해를 맞아 경기도에서 민간차원의 문화재 환수운동이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1965년 한일협상으로 정부 주도의 문화재 환수가 어려운 상황에서 민간의 노력이 결실을 맺을 수 있을 지 주목된다.
조선전기 관료이자 학자인 강희맹(姜希孟)의 독조도(獨釣圖) 환수운동을 벌이고 있는 시흥문화원은 지난해 12월 31일 '독조도 찾기 범시민 서명운동'을 마감했다.
지난해 8월 초 시작된 이 서명운동에는 시흥시민 등을 비롯해 3만6,235명이 참여했다. 문화원은 올해 2월 중순 독조도를 소장하고 있는 일본의 도쿄국립박물관을 방문해 이 서명부를 전달하고 정식으로 반환을 요구할 계획이다. 일본 방문에는 관련 전문가와 진주 강씨 종친회 인사 등도 동행할 예정이다.
강희맹은 농서 금양잡록(衿陽雜錄) 등을 남겼을 정도로 뛰어난 학자로, 산수화에도 능했다. 그의 형은 고사관수도(高士觀水圖 )로 유명한 강희안이다.
가로 86㎝ 세로 132㎝짜리 족자비단에 늙은 선비를 그린 독조도는 현존하는 강희맹의 유일한 작품이다. 우리 문화재 수탈의 주범 오구라 타케노스케의 '오구라 컬렉션' 중 하나였지만 원래 있던 곳이 어디였는지는 파악되지 않는다.
시흥에서 환수운동이 점화된 것은 강희맹 처가가 시흥이었고, 시흥에서 노후를 보냈기 때문이다. 시흥 하상동의 강희맹 묘는 경기도기념물이다. 김홍건 시흥문화원 사무국장은 "우리가 지금 독조도 반환을 요구하지 않으면 다음 세대에서는 요구하기가 더욱 힘들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천오층석탑 환수운동을 벌이고 있는 이천오층석탑되찾기범시민운동추진위원회도 올해 정식으로 일본에 환수를 요청할 계획이다. 2008년 9월 시작한 서명운동에는 3만524명이 동참했다.
추진위는 이천 인구의 절반인 10만명을 목표로 서명운동을 진행 중이다. 올해 3월과 8월, 10월에 석탑 사진공모전 등 대대적인 행사로 시민의 뜻을 모은 뒤 일본에 반환을 요구할 예정이다. 이미 지난해 5월 이천아트홀 앞 광장에 석탑 이전 장소도 마련했다.
높이 6.48m인 이천오층석탑은 고려 초기 석탑으로 현 양정여자중학교 부근에 있었다. 1918년 반출돼 지금은 일본 도쿄 오쿠라호텔 뒤뜰을 지키고 있다. 훼손이 거의 안 된 상태로, 조형미도 뛰어난 문화유산이다.
김나영 추진위 실무위원장은 "단체나 개인이 아닌 시민 전체의 이름으로 환수운동을 벌이는 것은 전국에서 첫 사례"라며 "환수운동은 이천의 정체성과 자부심을 찾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이천오층석탑추진위는 6일 오후 2시 이천시 관고동 설봉공원 내 이천시립월전미술관에서 연찬회를열 계획이다. 문화재 환수운동을 벌이는 전국의 민간단체들이 힘을 합치기 위해 한 자리에 모이는 것은 처음이다.
이천과 시흥은 물론 미국 보스턴미술관의 불교 사리구 환수를 추진 중인 조계종, 연지사종 환수운동을 벌이고 있는 경남 진주지역 인사 등도 참석할 예정이다.
김창훈 기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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