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4일 신년 연설에서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새판 짜기' 의지를 표명했다.
이 대통령은 "올해는 남북관계에도 새로운 전기를 만들어내야 한다"면서 "우선 남과 북 사이에 상시적 대화를 위한 기구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여기서 '새로운 전기'를 언급한 것은 남북관계를 긴장보다는 유화 국면으로 전환시키되 북핵 해결과 남북 협력을 진전시킬 수 있는 실질적 대화를 해야 한다는 뜻을 드러낸 것이다.
남북문제 전문가들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 남북 정상회담을 위한 물밑 접촉과 최근의 북미대화 및 북핵 문제 등 한반도 정세를 전반적으로 분석한 뒤 제시한 '함축된 화두' 로 보고 있다.
또 눈길을 끄는 점은 상시적 대화를 위한 기구 마련을 제안했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연설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예전에 한번 얘기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2008년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밝힌 '서울ㆍ평양 상설 고위급 연락사무소 설치' 제안을 염두에 둔 언급으로 풀이된다.
당시 이 대통령은 "연락사무소장은 남북한 최고 책임자의 말을 직접 전할 수 있을 정도의 위치에 있는 사람이 돼야 할 것"이라며 사무소의 격을 고위급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이에 북한은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을 통해 연락사무소 설치 제안을 거부했다.
하지만 그때와 지금은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 북한은 최근 신년 공동사설을 통해 밝힌 것처럼 '남쪽과의 관계 개선'을 바라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달라진 환경 속에서 북한이 이 대통령의 연락사무소 제안에 대해 긍정적 반응을 보일 수 있다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올해 신년 연설에 나타난 대북 정책 기조는 지난해 신년 연설에 담긴 메시지와 크게 다르다. 지난해 이 대통령은 "북한은 남남갈등을 부추기는 구태를 벗고 협력의 자세로 나와야 한다"며 강경한 대북정책 기조를 드러냈다. .
물론 이 대통령은 이날 북한의 비핵화 의지와 실천이 담보돼야 남북간 협력이 확대될 수 있다는 기존 '원칙'을 다시 강조했다. "한반도 비핵화가 진전되고 본격적인 남북협력의 물꼬가 트이기를 기대한다"고 언급한 것은 비핵화에 진전이 이뤄져야 본격적인 협력이 가능하다는 기조를 재확인한 것이다.
이 대통령이 이날 연설 후 기자들과 만나 남북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과 관련 "콘텐츠(내용)가 문제"라고 언급한 점도 주목할 만 하다. 이는 만남 자체를 위한 정상회담보다는 어떤 의제를 다루냐가 중요하다는 것을 뜻한다. 남북 정상회담 테이블에서 북핵 문제 외에도 국군포로, 납북자 문제도 함께 논의 돼야 한다는 뜻이 담겨 있다.
유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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