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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재 털어 단성사 인수한 이상용 "한국영화 산실 日에 넘어간다는데 뒷짐만 질 순 없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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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재 털어 단성사 인수한 이상용 "한국영화 산실 日에 넘어간다는데 뒷짐만 질 순 없었죠"

입력
2010.01.04 2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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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영화의 산실이 일본 기업에 넘어가는 것을 두고 볼 순 없었습니다."

일제 강점기인 1926년 춘사 나운규 감독이 만든 흑백 무성영화 <아리랑> 이 상영됐던 한국 최초의 대중 극장 단성사. 2008년 9월 단성사는 경영난으로 최종 부도 처리되면서 경영권이 일본 기업으로 넘어갈 절체절명의 상황이 있었다. 이 때 나타난 구세주가 바로 이상용(57) 아산엠단성사 회장이었다.

" <아리랑> 은 우리 민족의 항일 정신을 그린 영화인데 이를 상영한 역사가 서려 있는 단성사가 일본인에 넘어간다니 잠이 오지 않았습니다. (형편상) 다소 무리이긴 했지만 나설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 회장은 1984년 아산양행이라는 인쇄 기자재 수입업체로 사업을 시작한 소상공인. 이후 컴퓨터 복사기 등 사무기기 수입 및 제조ㆍ판매업까지 사업 영역을 넓혔지만 영화와는 아무런 인연이 없었다. 그러다 80년대 말 군부대, 시청, 학교 등에 납품을 시작하면서 영화ㆍ연극계 예술가들과 알게 됐고, 그 인연으로 대종상 조형물을 제작ㆍ지원하는 등 예술인들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2008년 10월 이 회장은 한국예총과 영화계 지인들로부터 '단성사를 지켜달라'는 간곡한 부탁을 받았고, 고민 끝에 인수를 결정했다. 단성사 경영권 인수 당시 이 회장이 마련해야 했던 돈은 총 730여 억 원. 이 회장은 선친이 물려준 충남 아산 땅과 서울 강남 양재동 부지를 팔고, 양재동 본사 사옥을 저당 잡혀 350여 억 원을 마련했다.

부족한 자금을 메우기 위해 살고 있던 집까지 은행에 저당 잡혔다. "지인들이 '무모한 짓을 하는 거 아니냐'며 말렸지만 우리 문화 유산을 지킨다는 나름의 자부심과 책임감을 갖고 마음을 다잡았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올해 상반기까지 단성사 경영을 정상화한 뒤 하반기에 한국 영화의 본고장인 충무로 지하철역사 지하 5,200평을 영화 테마파크로 조성하는 원대한 계획도 갖고 있다. 이를 위해 이미 서울시 및 서울메트로와 계약까지 마친 상태다.

총 307억 원이 투입되는 이 초대형 프로젝트는 2011년 말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회장은 "충무로 영화영상 테마파크까지 완성되면 미력하지만 한국 영화계의 발전을 위한 할 수 있는 일을 모두 완성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송영웅 기자 hero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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