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 관타나모 수용소를 폐쇄하려는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의 계획이 예멘발 테러위협으로 난관에 봉착했다. 수용소 폐쇄를 처음부터 반대했던 공화당은 물론, 민주당 중진 의원들까지 입장을 바꿔 수감자 본국 송환에 난색을 표하는 등 의회의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진 때문이다. 예멘 정부가 지난달 본국으로 송환된 예멘 출신 수감자 6명을 최근 "더 이상 위협이 되지 않는다"며 석방한 것도 미국의 안보 불안을 가중켰다. 2006년, 2007년에 풀려난 2명의 사우디아라비아 출신이 예멘의 알 카에다 근거지에서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미 고위 관리의 증언도 있었다.
민주당 다이앤 페인슈타인 상원 정보위원장은 3일 "예멘 출신 수감자 송환을 중단할 것"을 촉구했고, 하원 국토안보위원회 제인 하먼(민주당) 의원도 "지금은 매우 나쁜 시기"라며 "송환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당초 관타나모 수용소를 폐쇄하고, 미 일리노이주의 대체 시설로 수감자를 이감하는 것에 찬성했었다. 수용소 폐쇄에 반대했던 조지프 리버맨(무소속) 상원 국토안보위원장은 "예멘 출신 수감자를 풀어주는 것은 무책임한 것"이라며 "경험상 이들은 다시 미국을 공격할 것"이라고 말했다.
관타나모에는 현재 예멘 출신이 90명 정도 수감돼 있는데 미국은 절반은 예멘 본국으로, 나머지는 미국 내 시설로 이감할 계획이다.
미 행정부는 의회의 반발에도 불구, 송환을 강행한다는 입장이다. 존 브레넌 백악관 국토안보보좌관은 이날 CNN 방송과의 회견에서 "재판, 구금을 목적으로 미 본토에 이송되지 않은 예멘 수감자들은 본국으로 송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관타나모 수용소는 알 카에다 등 테러집단들의 선전선동 도구로 이용돼 왔다"고 송환 이유를 밝혔다.
워싱턴=황유석 특파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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