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그룹의 핵심 경영진이 소집된 1993년 6월 독일 프랑크푸르트.
창업주인 고 이병철 회장으로부터 경영권을 물려 받은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은 이 자리에서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꿔라"며 강도 높은 혁신을 주문했다.
초일류 글로벌 기업으로의 성장에 반드시 필요했던 브랜드 가치 상승을 이끌어내기 위해서였다. '신경영'으로 일컬어지는 이 메시지는 90년대 100위권 내에도 들지 못했던 그룹내 주력사인 삼성전자의 브랜드 가치를 2009년 현재 세계 19위(175억2,000만달러ㆍ영국 브랜드컨설팅 업체 인터브랜드 및 비즈니스위크지 공동 발표)로 급증시키는 단초를 제공했다.
삼성전자 브랜드 가치가 거침 없는 고공 행진을 벌이고 있다.
1998년 일본 나가노 동계올림픽 후원과 함께 본격화한 스포츠마케팅을 계기로 전 세계에 이름을 알린 삼성전자는 이후, TV 및 휴대폰 등 주력 제품군의 선전에 힘입어 브랜드 가치 상승곡선을 그려내고 있다.
여기에 세계 각 지역 특성에 맞춰 진행되는 현지 맞춤형 마케팅과 글로벌 사회공헌 활동이 더해지면서 브랜드 가치를 높여가고 있다.
▦TV 및 휴대폰 점유율 고공비행
삼성전자 브랜드 가치 상승 원동력에는 TV와 휴대폰이 자리잡고 있다. 우수한 품질과 디자인으로 무장한 삼성 TV 및 휴대폰은 각각 세계 시장에서 확실한 주도권을 확보하고 있다.
'기록제조기'로 불리는 삼성 TV는 올해 3분기에도 사실상 세계 시장을 평정했다.
시장조사기관인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세계 TV 시장(수량기준)에서 삼성전자는 17.2%를 기록하며 13분기 연속 1위 자리를 지킨 가운데 LG전자 14.8%, 파나소닉 6.9%, TCL 6.6%, 소니 5.9% 등이 뒤를 이었다.
같은 기간 금액기준 점유율을 살펴봤을 때도, 삼성전자는 21.9%로 15분기 연속 1위를 고수했으며 LG전자 12.9%, 소니 9.9%, 파나소닉 9.1%, 샤프 5.9% 등이 줄을 이었다.
특히 LCD TV의 경우, 올해 3분기에 690만6,000대를 팔아 분기 사상 최고 판매기록을 갈아 치웠다. 삼성전자는 LCD TV 판매 호조에 힘입어 세계 평판TV(LCD TV와 PDP TV) 시장에서도 지난 2006년 2분기부터 올해 3분기까지 14분기 연속 정상에 등극했다.
이와 관련, 삼성전자 관계자는 "신기술과 독창적인 디자인이 결합된 삼성 TV는 차별화 된 마케팅 전략을 통해 세계 TV 시장에서 높은 인지도를 쌓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 애니콜 역시 올해 3분기 세계 휴대폰 시장에서 사상 처음으로 20%대의 점유율과 분기 사상 최대 출하량인 6,020만대을 달성하며 세계 1위 업체인 노키아와 더불어 확실한 2강 구도를 구축했다.
최근 시장조사기관인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 발표 자료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세계 휴대폰 시장에서 북미와 유럽, 중남미, 아시아, 태평양, 중동, 아프리카 등 전 세계 주요 권역 시장 점유율에서 모두 2위권 내 이름을 올렸다. 북미와 서유럽에서 팔리는 전제 휴대폰 4대 가운데 1대는 삼성 제품일 만큼 선진시장에서도 강세다.
삼성 휴대폰의 이 같은 선전은 풀터치스크린폰 및 메시징폰 등을 포함한 프리미엄 제품 라인업의 다변화가 현지 수요자들의 입맛을 충족시킨데다, 신흥시장에서 유통채널 수요 개선과 프로모션을 통해 보급형 중저가 모델 판매 확대 전략이 주효했기 때문이다.
▦ 글로벌 사회공헌도 한 몫
전사적인 차원에서 펼치고 있는 글로벌 사회공헌 활동도 삼성전자 브랜드 가치 상승에 일익을 담당하고 있다는 평가다.
삼성전자 사회공헌활동의 핵심은 해당 지역사회에 적합한 맞춤형 공익사업 발굴과 추진에 있다.
이를 위해 삼성전자는 2008년 총 1,910억원의 예산을 들여, 비영리단체(NGO)와 학교, 현지 언론 등과 함께 사회적 네트워크를 조성하며 해외 주요 거점 지역의 정서 등을 반영한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미국내 골프와 야구, 농구, 미식축구 등 인기 스포츠의 유명 선수가 후원하는 자선단체 지원에 7년간 1,200만 달러의 기금을 조성한 것과 중국의 빈곤지역을 대상으로 2010년까지 총 100개의 학교 건립 지원을 선언한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삼성전자는 또 유럽 17개국에서는 유방암 퇴치 캠페인과 5개국 700여 학교에서 유소년 비만방지를 위한 각종 스포츠 장비 등도 지원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기술력과 품질력을 앞세운 TV, 휴대폰 분야에서 확보한 강력한 시장 리더십이 적극적인 마케팅과 사회공헌 활동 등이 결합되면서 브랜드 가치 상승을 주도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 인터뷰/ 주현주 삼성전자 글로벌마케팅실 상무
"고객에 대한 신뢰죠."
분명했다. 기업 경영에서 중요한 브랜드 전략의 핵심은 고객의 눈높이에서 시작됐다. 삼성전자 글로벌마케팅실에서 브랜드전략을 총괄하는 조현주(48) 상무에게 브랜드가 갖는 의미는 그랬다.
"고객이 먼저 '삼성'이란 브랜드를 알고, 매력을 느껴 좋아해야 만이 충성도 높은 고객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이런 과정을 거치고 나면, 제품 가격이 아무리 비싸더라도 삼성 제품을 선택할 수 밖에 없어요."
경영실적의 잣대가 되는 매출이나 이익률 등의 주요 지표도 결국, 고객과의 믿음을 바탕으로 한 브랜드 경영에서 출발된다는 게 조 상무의 생각이다.
그렇다면, 경쟁사와 비교해 삼성만이 갖고 있는 브랜드 색은 뭘까. 조 상무는 브랜드의 성장 배경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는 얘기부터 꺼냈다.
"삼성 브랜드가 언제, 어떻게 성장했고, 왜 지금 현재의 특성을 갖게 됐는지에 대한 '브랜드 스토리'를 고객들과 공감해야 하거든요." 단순히 피상적으로만 각인되는 포지셔닝 보다는 고객들이 브랜드와 함께 호흡하는 커뮤니케이션 형성이 더 중요하다는 판단이다.
주 상무의 설명처럼 실제, 삼성 브랜드에 대한 스토리 변화는 계속해서 진행 중이다. 1990년대 말, 혁신적이고 높은 품질의 제품을 만드는 '디지털 시대의 리더'라는 의미지 각인에 포커스를 맞췄다면, 2000년대 중반부터는 프리미엄 브랜드에 대한 이미지를 확립하고 선호도 상승에 더 무게 중심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브랜드 캠페인과 스포츠 마케팅 역시 철저하게 이 같은 전략에서 추진하고 있다.
2000년대 이후, 급격하게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삼성 브랜드의 비결도 궁금했다. "브랜드의 중요성에 대한 최고 경영진의 마인드가 확고해요. 혁신적인 제품 출시와 브랜드 이미지 개선을 위한 프리미엄 마케팅과 (고객과의) 단계별 커뮤니케이션 전략 수립 및 실행, 지속적인 투자 등의 종합적인 노력들이 모아져 브랜드 가치 상승의 원동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주 상무는 이어 우리나라를 제외한 전 세계 시장에서 제품에 구분 없이 '삼성'이란 단일 브랜드로 일관된 커뮤니케이션을 진행한 것과 차별화한 기능에 창조적 디자인을 갖춘 신제품 출시도 브랜드 가치 상승을 도왔다는 설명도 빼놓지 않았다.
하지만 삼성 브랜드가 경쟁 업체들에 비해 비교적 급속한 성장세를 이어온 탓에, 아직 보강해야 될 부분도 적지 않다는 진단도 내놓았다. 주 상무는 국내에선 잘 알려졌지만, 아직도 삼성 브랜드 스토리에 대한 해외에서의 인지도는 높지 않다는 사실을 예로 들었다.
그래서 일까. 삼성 브랜드가 지향하는 목표 지향점도 분명해 보였다.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위기를 기회로 만든다는 삼성 특유의 긍정적인 기업 정신을 최대한 살려나가겠다는 복안이다.
조 상무는 "소비자에게 보다 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친밀하고 감성으로 연결되는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해 나갈 것"이라며 "이런 브랜드 경험을 (고객들에게) 제공하기 위해 다양한 마케팅 활동을 펼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허재경 기자 rick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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