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2010, 별을 쏴라!] <2> 허정무 축구 대표팀 감독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2010, 별을 쏴라!] <2> 허정무 축구 대표팀 감독

입력
2010.01.04 23:39
0 0

'허정무호'가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남아공) 월드컵에서 세계 축구의 장벽에 도전한다. 한국 축구는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4강 신화를 창조하며 세계를 놀라게 했다. 그러나 2006년 독일월드컵에서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해 16강 진출이 좌절됐다. '홈 그라운드의 이점을 안고 이변을 일으켰지만 여전히 세계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는 한국 축구에 대한 시각은 여전히 바뀌지 않고 있다.

허정무 감독이 이끄는 축구 국가대표팀은 6월11일 개막하는 2010년 남아공월드컵에서 이 같은 고정 관념 타파에 나선다. 지난해 12월 본선 조추첨 후 거듭 '위대한 도전'이라는 표현을 쓰며 투지를 다지고 있는 허 감독을 세밑에 만나 월드컵을 앞둔 각오를 들어봤다.

현실과 미래는 다르다

대표팀은 남아공월드컵 본선 B조에서 그리스, 아르헨티나, 나이지리아와 차례로 맞선다. 조추첨 결과에 대한 국내외의 반응은 천양지차다. 국내 팬들과 축구 관계자들은 '충분히 해볼 만하다'며 나쁠 것 없다는 반응이지만 해외 언론에서는 B조 4개국 가운데 한국의 16강 진출 가능성을 가장 낮게 평가하고 있다.

허 감독은 우선 "월드컵 본선에서 우리보다 못한 팀은 없다"고 지나친 낙관론을 경계했다. 그러나 '현실이 미래까지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하며 '이변 연출'에 자신감을 보였다. 월드스타가 즐비한 아르헨티나, 흑인 특유의 탄력과 개인기를 지닌 나이지리아에 비해 현재 한국 축구가 비교 우위로 내세울 만한 '특별함'이 없음은 인정하지만 이것이 월드컵에서 승부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것.

허 감독은 "공통 목표를 향해 단합할 때 무서운 힘을 발휘하는 우리나라 사람의 특성이 발휘될 경우 꺾지 못할 상대는 없다"며 팀워크와 조직력으로 세계 축구에 맞서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불신 해소에 도전한다

허 감독은 남아공월드컵 본선에서 한국 축구에 대한 불신과 한국인 지도자에 대한 불신을 해소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한국 축구는 월드컵 원정에서 고전을 면치 못해왔다. 여섯 차례의 월드컵 원정 대회에서 승리한 경기는 단 한 경기에 불과하다. 한 번도 1라운드를 통과하지 못했다. '단골 출전국이지만 본선 경쟁력은 떨어진다'는 평가가 나올 수 밖에 없다. 허 감독은 이번에야말로 '원정 16강'을 이뤄내야 할 때라고 강조한다. 한국 축구에 대한 국내외의 회의 어린 시선을 이번 기회에 반드시 씻어내고 싶은 것이 허 감독의 목표다.

개인적으로는 국내 지도자에 대한 '회의론'을 걷어내고 싶다. 한국 축구의 월드컵 첫 승, 16강 진출, 원정 대회에서 첫 승은 모두 외국인 지도자의 손에 의해 만들어졌다. 아직도 한국인 지도자들을 백안시하는 풍조가 남아있음을 월드컵 예선을 치르는 과정에서 여실히 느낀 허 감독이다. 남아공에서 반드시 '원정 16강'을 이뤄내 한국인 지도자들의 자존심을 곧추 세우고 싶은 것이 그의 바람이다.

남아공 월드컵, 이변 거셀 것

허 감독은 남아공월드컵이 이변으로 점철될 것으로 내다봤다. ▲고지대 변수 ▲북반구와 정반대의 날씨 ▲잔디 등 생소한 그라운드 상태로 인해 예상 밖의 결과가 많이 일어날 수 밖에 없다는 게 허 감독의 생각이다.

특히 선수로 출전했던 1986년 멕시코월드컵을 회상하며 고지대 특성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한 팀은 '객관적 실력'에 상관없이 고전을 면치 못할 것으로 전망했다. 허 감독은 "저지대에서 뛰는 것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체력적인 부담이 크고 공기 저항이 적은 탓에 패스나 슈팅 타이밍을 잡기가 쉽지 않다. 실전 경험을 치르지 않을 경우 빨라진 볼 스피드에 적응하지 못해 경기를 제대로 치를 수 없다.

이런 까닭에 한 차례라도 현지에서 경험을 쌓는 것이 중요하다. 새해부터 남아공 현지를 찾아 빡빡한 스케줄을 소화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말했다. 허 감독이 '이기지 못할 상대도 없고 무조건 이긴다고 장담할 상대도 없다'고 강조하는 배경에는 이런 특수성이 자리하고 있다. 남아공월드컵의 경우 '뚜껑을 열어봐야 결과를 알 수 있다'는 게 허 감독의 지론이다.

10년 강산도, 사람도 바뀌었다

허 감독이 월드컵 무대에 도전하는데 꼬박 10년의 시간이 걸렸다. 허 감독은 한일월드컵을 앞둔 지난 2000년 성적 부진으로 대표팀 지휘봉을 반납하는 시련을 겪었다. 강산도 변한다는 10년의 세월은 허 감독 개인에게도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허 감독은 대표팀 사령탑에 다시 앉은 후 '변했다'는 말을 참 많이 들었다. 스스로 생각하기에 '원칙과 소신'에는 변함이 없다. 그러나 그것을 표현하는 방법이 달라진 것이 '부드러워졌다. 변했다'는 말을 듣게 된 계기가 됐다. 허 감독은 "과거에는 혈기가 넘쳤고 강요하는 부분이 많았다.'무조건 나를 따르라'는 식으로 접근했고 '강성이다' '고집이 세다'는 평가가 많았다"고 10년 전을 회고했다. 그러나 다시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후 '효과적인 표현과 전달의 방법'에 대해 고민했다. 합리적이고 긍정적인 사고와 유연한 전달 방식은 '부드러워진 허 감독'을 탄생시켰다.

허 감독은 인터뷰 내내 많이 웃었다. '허정무호'가 출범한 2008년 1월과 비교해봐도 여유가 눈에 띄게 많아졌음이 느껴졌다. 허 감독은 사령탑으로서 월드컵에 나서는 심정을 묻자 "선수, 코치로 월드컵에 나설 때보다 비교할 수 없는 책임을 느끼지만 마음 가짐은 오히려 차분하다. 현실적인 목표(16강)를 이루기 위해 도전하는 만큼 흥분한 상태가 아닌 침착한 상태에서 대회를 맞을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라고 말했다.

김정민 기자 goavs@hk.co.kr

■ '호시탐탐-호시우보'로 전진하자

'허정무호'가 혹한 속에 강도 높은 훈련으로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남아공) 월드컵을 향한 첫 발을 내디뎠다.

지난달 26일과 27일 실시한 체력 테스트와 자체 연습 경기를 거쳐 25명의 남아공 전지훈련 명단을 확정한 '허정무호'는 3일 낮 12시 파주 NFC에 소집됐다. 재기를 노리는 '올드 보이'와 '허정무호'에 승선한 새 얼굴들은 결연한 새해 각오를 다져 눈길을 끌었다.

12년 만의 월드컵 본선 출전을 노리는 이동국(전북)은 "오랫동안 기다려왔던 기회인 만큼 전지훈련에서 최선을 다해 반드시 월드컵에 참가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각오를 다졌고, 김두현(수원)은 "뭔가를 이뤄야 하는 한해다. 개인적인 목표도 중요하지만 남아공에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도록 대표팀이 전지훈련 동안 준비를 잘해야 한다"고 '월드컵의 해'를 맞이하는 소감을 밝혔다.

10년 만에 태극 마크를 단 노병준(포항)은 훈련 후 "후배들이 차려 놓은 밥상에 끼어 앉은 듯한 미안함도 있지만 최선을 다해 팀에 필요한 선수가 되겠다"고 의욕을 보였다.

영하 7도 아래로 떨어진 수은주에도 불구, 대표팀은 이날 오후 2시 30분부터 1시간 30여분에 걸쳐 강도 높은 훈련을 소화하며 월드컵 준비의 첫 단추를 끼웠다.

4일 오후 남아공으로 출국, 스페인 말라가를 거쳐 25일 귀국하는 전지훈련에 나서는 허 감독은 "호시탐탐(虎視耽耽), 호시우보(虎視牛步)의 자세로 나가자고 선수들에게 새해 메시지를 전달했다"며"이번 전지훈련을 통해 K리그 선수들이 경험을 쌓아 '해외파' 못지않게 발전하고 월드컵에 나설 수 있는 선수가 확실히 발굴되기를 바라고 있다"고 전지훈련에 의미를 부여했다.

대표팀은 4일 오전 파주 NFC에서 한 차례 훈련을 실시한 후 오후 7시 45분 출국, 루스텐버그에 캠프를 차리고 본선을 향한 본격적인 전력 담금질을 시작한다. '허정무호'는 9일 오후 11시 30분(한국시간) 요하네스버그 랜드스타디움에서 잠비아를 상대로 새해 첫 A매치를 치른다.

파주=김정민기자 goav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