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30분이면 될 거리를 두 시간 넘게 걸렸어요. 다른 직원들도 대부분 지각해 오전 회의가 모두 취소됐어요."
수원에서 서울로 출퇴근하는 회사원 최경수(35)씨는 "폭설 때문에 버스가 멈춰서는 바람에 허겁지겁 지하철을 갈아탔는데도 늦고 말았다"며 험난했던 출근길에 혀를 내둘렀다.
경인년 새해 첫 출근일인 4일 서울을 비롯한 중부 지역에선 폭설로 인한 교통 마비 때문에 지각 출근하는 직장인들이 속출했다. 이로 인해 관공서와 기업체 등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시무식 등 신년행사도 대부분 취소되거나 연기됐다.
많은 인파가 한꺼번에 몰려 지하철 운행이 지연되면서 출근길 회사원들은 오도 가도 못하며 발을 동동 굴렀다. 분당에서 마포로 출근한 회사원 정철우(45)씨는 "출근이 늦어 회사 시무식에도 참석하지 못했고, 아침 주요 회의도 모두 못 들어갔다"며 "폭설의 위력이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고 고개를 흔들었다. 회사원 이병헌(33)씨는 "우리 사무실 직원 20명 중 절반가량이 제 시간에 사무실에 오지 못했다"고 말했다.
출근 도중 집으로 발길을 돌리는 회사원도 많았다. 부천에 사는 회사원 문요한(30)씨는 "9시쯤 집에서 나와 신도림행 직행열차를 탔지만 역곡역에서 멈춰 섰다"며 "20분에 한 대씩 오는 전철이 계속 만원이어서 할 수 없이 집으로 돌아왔다"고 말했다. 출근길에 끔찍한 지각 사태를 빚었던 직장인들 중 일부는 퇴근을 아예 포기하고 직장 근처 사우나 등에서 밤을 보내기도 했다. 보험회사에 근무하는 이모(31)씨는 "집에 갔다가 내일 다시 출근할 일이 까마득해 이 참에 사우나에서 몸이나 푸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무더기 지각 사태로 기업체는 물론 정부 각 부처도 새해 업무에 차질이 빚어졌다.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청와대에서 열린 제2차 국무회의는 폭설 탓에 이날 오전8시에서 8시20분으로 늦춰졌지만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 최경환 지식경제부 장관, 현인택 통일부 장관, 임태희 노동부 장관 등이 제 시간에 닿지 못했다. 오후 3시 청와대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5부 요인과 국무위원, 경제5단체장, 한나라당 지도부 등이 참석하는 신년인사회는 취소됐다.
오전9시로 예정됐던 정부종합청사 시무식은 예정보다 늦게 시작됐고 서울시 시무식도 이날 오후4시로 연기됐다. 대설주의보가 내려진 수원, 성남 등 경기 일부 지역과 충북도도 시무식을 취소하고 전 직원을 제설작업에 동원했다. 행정안전부는 정시에 출근하지 못한 공무원들이 속출하자 지각 처리 하지 않기로 했다.
삼성전자, 국민은행, SK텔레콤, 효성 등 주요 대기업들도 오전에 열릴 예정이었던 시무식을 1~2시간 늦추거나 아예 오후로 연기했다. 한국무역협회는 사공일 회장이 시무식에 늦자 행사장에 있던 오영호 부회장이 사 회장에게 휴대폰을 걸고, 이를 마이크에 연결해 신년사를 하게 했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고성호기자 sungho@hk.co.kr
강지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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