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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중앙대가 개혁을 택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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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중앙대가 개혁을 택한 이유

입력
2010.01.03 2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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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대학교의 개혁이 사회의 주목을 받고 있다.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는 것이 좋을 법도 하지만 실제로는 여러모로 부담이 크다. 우리의 시도가 마치 전체 대학의 길잡이나 시금석이 된 듯해 말 한마디 한마디가 신경 쓰인다. 솔직히 내가 총장으로 있는 동안 욕먹기 싫어서라도 개혁을 미루고 싶은 마음이 있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대학의 현재 모습을 보면 더 이상 미래를 꿈꿀 수 없다고 판단했다. 현실에 안주하는 편안함에 더 이상 미련을 둘 수 없었다.

절박한 '미래 인재 양성'

그 동안 외형적 확장에만 매달려온 결과, 중앙대는 물론이고 대부분의 다른 대학도 세계적 수준과는 너무나 동떨어져 있다. 우수한 인재를 선발하고도 사회가 요구하는 능력을 갖춘 인재를 키우지 못하고 있다. 대학에서 배운 것을 사회에서 적용하고 자신의 길을 만들어갈 수 있어야 하지만 지금의 대학 구조에서는 전공 공부도 취업 준비도 제대로 할 수 없는 형편이다.

중앙대는 든든한 법인의 후원과 개혁 의지를 토대로 오랫동안 고민한 문제를 해결할 여건을 갖게 됐다. 그래서 우리가 먼저 제대로 된 인재를 양성하고 우수한 연구를 통해 사회에 기여하는 모습을 갖추자고 결단했다. 한 때 최다 학과 보유를 자랑으로 여길 때가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 것이 결코 자랑거리가 될 수 없다. 오늘날 대학의 본분은 기본 학문의 외연을 넓히고 미래를 선도할 학문 분야를 선점, 경쟁력 있는 분야는 한층 높은 경쟁력을 갖추도록 하는 것이라고 믿는다. 이것이 중앙대가 지향하는 개혁이다.

물론 파격적 개혁에는 많은 반발이 따르기 마련이다. 18개 단과대를 10개로 줄이고, 학과도 77개에서 40개로 재편하는데 어찌 반발이 없겠는가. '제대로 지원 한번 해주지 않다가 이제 와서 왜 나만 갖고 그러느냐'는 불만이다. 그 사정과 마음을 충분히 이해한다. 그러나 내 대답은 한결 같다. '그러니까 이제라도 새로운 틀을 만들자. 힘겹게 등록금을 내고 공부하는 학생들이 졸업하면 사회에서 제 역할을 하도록 해야 할게 아닌가.'

아무리 열심히 설득해도 여전히 불만과 저항이 있다. 혹자는 기업식 사고방식으로 대학을 지배하려 한다고 비판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 분들의 의견을 들어보면 학문, 교육의 영역과 대학운영 시스템을 구분하지 못하고 있는 듯 하다. 대학 행정의 비효율을 지적해 온 분들도 개혁을 한다고 하니 '기업식'이라며 비판한다.

그러나 개혁을 명분으로 학문과 교육의 고유한 영역에 기업식 잣대를 들이 댄 곳은 없다. 그럴 이유도 방법도 없다. 굳이 '기업식'을 들이댄 곳이라면 행정시스템과 같은 거버넌스 영역이다. 그 것도 학문 연구와 교육의 수월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사회적 책임 위한 노력

경영 전략가 게리 헤멀은 '죽은 말을 타고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에는 얼른 말에서 내려오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했다. 타고 다니던 말이 죽으면 그 죽은 말 하나를 갖고 별의 별 말이 오갈 수 있지만 결론은 하나다. 결국엔 말에서 내려오는 것이다. 일단 내려와야 다른 말로 갈아 탈 것이 아니겠는가.

대학은 우수한 연구로 사회에 기여하고 최고의 인재를 양성해서 국가와 인류를 풍요롭게 할 책임이 있다. 중앙대가 시작한 개혁은 그 책임에 소홀함이 있었던 지난 날에 대한 통렬한 자기 반성이자 대학 본연의 모습을 찾기 위한 절박한 노력이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것이 아니라 진짜로 늦은 때다. 그러니 더 절박한 심정으로 개혁에 나서야 함은 당연하다.

박범훈 중앙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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