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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신춘문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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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신춘문예

입력
2010.01.03 2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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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1일자 신문의 주인공은 당연히 신춘문예 당선자다. 새해 첫 신문의 지면을 화려하게 장식하며 문단의 샛별이 뜬다. 치열한 경쟁률을 뚫은 당선자는 환호하고, 낙선의 쓴맛을 본 응모자는 다음을 기약하며 함께 신년호 신문을 펼쳐든다. 또한 많은 애독자들이 새 신문에서 올해의 당선작을 찾아 꼼꼼하게 읽어보는, 대한민국만이 가진 '1월 1일의 문학축제'가 신춘문예다.

신춘문예는 갓 100년을 넘긴 한국현대문학사에서 예비 문학인이 가장 선망하는 신인 등용문인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서울에서 발행되는 일간지를 비롯하여 지역일간지, 전문주간지까지 앞다투어 신춘문예란 이름을 걸고 공모를 하다보니 한 해 신춘문예 당선자가 줄잡아 150여명이 넘는 것 같다. 그렇게 1월 1일 아침 경향 각지에서 당선자가 홍수를 이루며 등장하는 것이 요즘 신춘문예의 현주소다. 신춘문예 당선작 중에서 독자를 감동시키며 오랫동안 회자되는 작품이 극히 드문 것도 현실이다.

신춘문예 당선은 하늘의 별을 따는 일로 비유됐다. 신춘문예 과잉 공급의 시대를 맞아 당선자가 스스로 빛나는 항성이 아니라 빠르게, 더욱 빠르게 사라지는 어두운 행성 같아 씁쓸하다. 이제는 신춘문예란 별의 이름을 되찾기 위해 소비자인 독자들부터 가혹해져야 할 때다.

시인 정일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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