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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신춘문예/ 동화 - 일부러 그런 게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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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신춘문예/ 동화 - 일부러 그런 게 아니에요

입력
2010.01.03 2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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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혜진

눈부시게 화창한 봄날이란 이런 날을 말하나 봅니다. 진한 꽃냄새가 바람을 타고 교실 안으로 확 끼쳐오네요. 운동장에선 옆 반 아이들이 신나게 축구를 하고 있고요.

민석이는 창문가에 있는 1분단 맨 앞자리에 앉아서 창 밖을 바라봅니다. 민석이는 이렇게 좋은 날에 교실에만 앉아있는 게 몹시 따분해요. 당장이라도 운동장으로 달려 나가서 옆 반 아이들과 함께 축구를 하고 싶습니다.

민석이만 그런 게 아니에요. 짝꿍 유미도 그런 마음입니다. 민석이 뒤에 앉은 은수와 은수의 짝꿍 찬영이도 그런 마음입니다. 그 뒤에 앉은 미영이, 현석이도 그런 마음입니다. 반 아이들 전체가 그런 마음입니다.

아이들의 이런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선생님은 수업에만 열심입니다. 이번 시간에는 나무에 관해서 배웁니다.

"독수리는 쥐를 잡아먹고 살아요. 염소는 풀을 뜯어먹고 살지요. 그렇다면 나무는 어떻게 필요한 양분을 얻을까요?"

운동장에서 와아 하는 환호성이 들려옵니다. 누가 골을 넣은 모양이지요. 민석이는 부러운 듯 다시 운동장을 바라봅니다. 민석이는 반에서 가장 키가 작지만, 축구 하나만은 제일이에요. 민석이는 자기라면 더 많은 골을 넣을 수 있을 것만 같습니다.

민석이 짝꿍 유미도 민석이와 같은 마음인지 계속해서 창 밖을 힐끔거립니다. 민석이와 유미만 그런 게 아닙니다. 다른 아이들도 모두 그런 마음입니다. 옆 반 아이들보다 자기네 반이 더 축구를 잘 할 것만 같습니다.

바로 그때, 이상한 일이 벌어졌어요. 민석이의 몸이 조금씩, 조금씩 창 쪽으로 기울어지는 겁니다. 민석이는 바로 앉으려고 해봤어요. 하지만 몸이 똑바로 서지가 않아요. 바로 앉으려고 할수록 몸은 더 창 쪽으로 기울어지는 거예요. 선생님이 그런 민석이를 발견합니다.

"김민석! 너 왜 몸이 책상 밖으로 나가 있어? 바로 앉지 못하겠니?"

"선생님! 일부러 그런 게 아니에요. 몸이 나도 모르게 자꾸 옆으로 기울어져요."

"공부하기 싫으니까 그런 거지."

선생님은 민석이에게 꿀밤을 한 대 먹입니다. 민석이는 억울합니다. 바로 앉고 싶지만 몸이 마음대로 움직이질 않는데 어떻게 합니까? 민석이는 몸을 똑바로 세우려고 한 번 더 시도해보지만 역시 안 됩니다.

그래서 민석이는 선생님이 교탁 쪽으로 걸어가는 사이, 몰래 책상과 의자를 창 쪽으로 한 발자국 옮깁니다. 몸이 움직이지 않으니 책상을 옮겨서 똑바로 앉은 것처럼 보이게 하려는 것입니다. 민석이가 바로 앉았다고 생각한 선생님은 그제야 다시 수업을 합니다.

"식물은 햇빛을 받아서 스스로 양분을 만들어요. 이것을 광합성이라고 해요. 나무의 잎은 초록색을 띠지요? 광합성은 바로 초록색을 띠는 식물의 잎에서 일어나요."

선생님이 계속 설명을 하고 있는데, 이번에는 민석이 짝꿍 유미의 몸이 민석이 쪽으로 조금씩 기울어집니다. 유미는 민석이처럼 꿀밤을 먹기 싫어서 바로 앉으려고 해봅니다. 그렇지만 이상하네요. 몸이 똑바로 서지가 않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선생님이 그런 유미를 발견합니다.

"서유미! 이번에는 왜 네가 삐딱하게 앉아 있는 거니? 바로 앉아!"

"선생님! 저도 일부러 그런 게 아니에요. 몸이 저절로 기울어져요."

"거짓말하지 말고 당장 바로 앉지 못해?"

유미는 선생님이 잠시 칠판을 보는 사이, 민석이처럼 책상과 의자를 살짝 민석이 쪽으로 옮깁니다. 그렇게 하니 바로 앉은 것처럼 보입니다.

민석이와 유미가 책상과 의자를 창가 쪽으로 한 발자국씩 옮기고 나자, 이번에는 뒤에 앉아 있던 은수와 찬영이가 그렇게 합니다. 책상 줄이 바르지 않으면 선생님께 혼나기 때문에 그러는가보다 생각하겠지만, 사실은 은수와 찬영이도 몸이 자꾸만 창문 쪽으로 기울어지고 있었던 겁니다.

그러자 이번에는 그 뒤에 앉아 있는 아이들도 차례차례 책상을 창 쪽으로 옮깁니다. 그 친구들도 몸이 창 쪽으로 기울어지고 있었던 겁니다.

이렇게 해서 맨 창가 쪽에 있는 민석이네 분단은 모두 오른쪽으로 한 발자국씩 책상을 옮겼습니다. 그러자 이번에는 옆에 있는 2분단 아이들이 창가 쪽으로 한 발자국씩 책상을 옮기기 시작합니다.

책상 간격이 맞지 않으면 선생님께 혼나기 때문에 그러는가보다 생각하겠지만, 사실은 다른 분단 아이들도 몸이 아주 조금씩 창문 쪽으로 기울고 있었던 겁니다.

모두 똑바로 앉아 있는 것처럼 보이기 위해서 책상과 의자를 옆으로 옮긴 것입니다. 이렇게 해서 반 아이들 전체가 창문 쪽으로 한 발자국씩 책상을 옮겼습니다.

그런데 민석이의 몸은 아까보다도 더 많이 기울어집니다. 그 바람에 민석이의 옆구리는 활처럼 휘었습니다. 민석이는 선생님께 또 혼나기 싫어서 책상과 의자를 한 발자국 더 창 쪽으로 옮깁니다.

그러자 유미도 한 발자국 더 민석이 쪽으로 책상을 옮깁니다. 그러자 뒤에 앉은 은수와 찬영이도 그렇게 합니다. 미영이, 현석이, 1분단 아이들, 2분단 아이들, 나중에는 반 전체가 또 그렇게 합니다. 선생님은 이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계속 수업만 합니다.

"여기 화분이 두 개 보이죠? 하나는 그늘에서 자라서 잎이 노랗게 되었고 튼튼하지도 않아요. 그렇지만 나머지 하나는 햇빛을 잘 받아서 잎도 파랗고, 키도 크죠? 이렇게 식물은 햇빛을 받으면 잎이 싱싱한 초록빛이 되고, 양분도 많이 만들어서 키도 쑥쑥 자라요."

선생님이 수업을 계속하는 동안, 민석이의 몸은 점점 더 기울어집니다. 그래서 계속 책상을 옮기다 보니, 이제는 민석이의 머리가 거의 창문에 닿을 지경입니다.

조금만 더 기울어지면 머리가 창문 밖으로 빠져나갈 것만 같습니다. 선생님이 뭐라고 해도 어쩔 수가 없습니다. 민석이는 정말 일부러 그러는 게 아니니까요.

그런데 이건 또 무슨 일일까요? 활처럼 굽어있던 민석이의 몸이 점점 연둣빛으로 변해가는 겁니다. 처음엔 얼굴이 연둣빛이 되더니, 그 다음엔 목이, 가슴이, 팔이 차례로 연둣빛으로 변해갑니다.

이러다가는 민석이의 몸 전체가 배추애벌레처럼 온통 연둣빛이 될 것만 같습니다. 민석이만 그런 게 아니에요. 짝꿍 유미의 얼굴도 서서히 연둣빛으로 변해가고 있어요.

유미의 몸도 자꾸만 휘어져서 이제는 머리가 거의 민석이의 오른쪽 옆구리에 닿을 듯해요. 민석이와 유미만 그런 게 아니에요. 반 아이들 전체가 창가 쪽으로 계속 몸이 기울어지고 있고, 얼굴은 연둣빛으로 변해가고 있어요.

운동장에선 아까보다 더 큰 환호성과 박수소리가 들려옵니다. 옆 반 담임선생님이 아이들에게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돌리고 있는 겁니다. 그것을 본 민석이는 왠지 몸은 더 휘어지는 것만 같습니다. 선생님은 이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계속 수업만 합니다.

"그러니까 나무가 양분을 만들려면 꼭 햇빛이 있어야 해요. 햇빛을 받으면 나무는 더 푸르고 싱싱해져요."

그런데 이건 또 웬일일까요? 민석이의 귀밑이 간질간질 하더니, 귀밑에서 뭔가가 만져지는 겁니다. 그건 푸른 잎사귀입니다. 연둣빛으로 변한 민석이의 귀밑에서 푸른 잎사귀가 피어나고 있는 겁니다. 귀밑에서만 잎사귀가 피어나는 게 아니에요. 어깨 위에서도, 뒤통수에서도 피어납니다. 이를 어쩌나? 민석이는 나무로 변해가고 있는 것입니다!

조금 있자니까 이번에는 민석이의 팔이 자기도 모르게 기지개를 켜는 것처럼 머리 위로 올라가더니 창 쪽으로 휘어집니다. 그렇게 휘어진 두 팔에서는 나뭇가지들이 갈라져 나오고, 하나 둘씩 잎사귀도 피어납니다.

민석이만 그런 줄 알았는데, 짝꿍 유미도 두 손을 머리 위로 올린 채로 그렇게 변해가고 있습니다. 은수와 찬영이도 그러고 있습니다.

민석이는 선생님께 또 야단맞을까봐 계속 창 쪽으로 책상과 의자를 옮깁니다. 그러나 이제는 그렇게 책상을 옮겨도 똑바로 앉아있는 것처럼 보이지 않습니다. 선생님은 이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계속 칠판만 보면서 수업을 합니다.

"이제 나무에게 햇빛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겠지요? 나무는 햇빛이 없으면 살수가 없어요. 그래서 베란다에 놓아 둔 나무들은 햇빛이 많은 쪽으로 자꾸 굽어 자라는 거예요."

민석이의 두 팔은 계속해서 가지를 치면서 창밖으로 뻗어나갑니다. 민석이의 상체는 완전히 창밖으로 나가 있습니다. 조금만 더 있으면 창 밖으로 굴러 떨어질 것만 같습니다.

민석이만 그런 게 아닙니다. 반 아이들 모두가 나뭇가지로 변한 팔을 머리위로 추켜올리고는 계속 몸이 휘어지고 있습니다. 내내 칠판만 보고 있던 선생님이 뒤돌아봅니다. 선생님은 깜짝 놀라서 소리칩니다.

"아니, 너희들! 수업 중에 다들 손 들고 뭐 하는 거니? 그리고 왜 다들 삐딱하게 앉아 있는 거야? 모두 손 내리고 바로 앉지 못해?"

그러자 창밖으로 굴러 떨어지기 직전인 민석이가 아주 난감하다는 표정으로 말합니다.

"선생님! 일부러 그런 게 아니에요. 제 몸이 나무로 변하고 있어요."

"뭐라고?"

"나무는 햇빛을 많이 받아야 잘 자란다고 선생님께서 방금 가르쳐 주셨잖아요. 제 몸은 이제 나무예요. 그래서 햇빛을 더 많이 받고 싶어서 자꾸 몸이 밖으로 나가려고 하나 봐요."

"요 녀석이 어디서 거짓말이야?"

그러자 두 손을 머리 위로 뻗친 채로 민석이 옆구리에 머리를 기대고 있던 짝꿍 유미가 거의 울상이 되어서 말합니다.

"민석이 말이 맞아요, 선생님! 제 몸도 자꾸만 나무로 변하고 있어요. 이것 보세요. 얼굴이 온통 초록색으로 변했잖아요. 온몸에 잎이 나고 가지도 계속 자라고 있는 걸요? 선생님 저 좀 어떻게 해주세요."

"이 녀석들이 수업하기 싫어서 이 야단들이지?"

"선생님, 정말 일부러 그런 게 아니에요."

그때 복도 쪽에 앉아 있던 규진이가 벌떡 일어납니다. 규진이도 두 팔을 머리 위로 올리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규진이의 몸은 아직 연둣빛이 아닙니다. 잎도 하나도 나지 않았고, 가지도 거의 자라지 않았습니다. 규진이가 볼멘소리로 말합니다.

"선생님! 이건 불공평해요. 창가에 앉아 있는 아이들만 햇빛을 많이 받잖아요. 나무는 햇빛을 많이 받아야 양분을 만들어서 잘 자란다고 선생님이 방금 가르쳐 주셨잖아요. 저도 창가 쪽에 앉게 해주세요."

그러자 규진이의 짝꿍 민서가 덩달아 일어나면서 말합니다.

"맞아요, 선생님! 보세요! 민석이랑 유미는 햇빛을 많이 받아서 아주 파랗고 통통해졌잖아요. 그런데 우리는 이렇게 노랗고 빼빼 말랐단 말이에요. 우리도 창가 쪽에 앉게 해주세요."

그러자 다른 아이들도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서면서 외칩니다.

"우리도 창가에 앉게 해주세요."

"우리도 햇빛 많이 받게 해주세요."

선생님은 너무 시끄러워 한쪽 귀를 막고는, 다른 쪽 손으로 교탁을 탕탕 치면서 말합니다.

"조용, 조용! 모두 조용!"

아이들은 더 큰 소리로 말하면서 계속 책상을 창가 쪽으로 옮깁니다. 이제 책상은 청소할 때처럼 완전히 창 쪽으로 밀쳐져 다닥다닥 붙어 있습니다. 그러자 아이들은 입을 모아서 큰 소리로 합창을 합니다.

"선생님, 우리는 자라나는 나무예요!"

"나무에게는 햇빛이 필요해요!"

"우리 모두 밖에 나가게 해주세요!"

귀를 막고 있던 선생님은 그제야 귀에서 손을 떼면서 소리칩니다.

"내가 졌다, 졌어! 좋아, 이번 시간만 운동장에서 놀기로 해! 하지만 이번만이다."

아이들은 야호를 외치면서 창문으로 달려듭니다. 민석이가 제일 먼저 창밖으로 굴러 떨어지고, 뒤이어 유미와 은수와 찬영이가 창문에서 폴짝 뛰어내립니다.

"이 녀석들! 복도로 해서 나가야지! 창문 넘어 다니는 거 교장 선생님께서 아시면 화내신단 말이야."

선생님이 이렇게 소리쳐도 소용이 없습니다. 아이들은 마구마구 창을 넘습니다. 뛰어내리다 넘어져서 엉덩방아를 찧는 아이, 바닥에 얼굴을 부딪치는 아이, 발을 헛디뎌 떼굴떼굴 굴러가는 아이, 아주 난장판입니다. 하지만 아이들은 조금도 아프지 않다는 듯 툭툭 털고 일어나서는 이내 까르륵거리며 운동장 중앙으로 달려갑니다.

아이들은 저희들끼리 편을 갈라서 축구를 시작합니다. 쉬는 시간 종이 울리고, 다음 수업종이 울렸지만, 아이들은 들어갈 생각을 않습니다.

선생님이 교실로 들어오라고 목이 터져라 부르든지 말든지, 교장 선생님이 창가에서 성난 표정으로 투덜거리든지 말든지, 아이들은 그런 것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운동장을 사방팔방으로 뛰어다닙니다.

■ 당선소감 "세상을 향해 내 목소리 낼 수 있어 기뻐요

나는 내 영혼의 정화를 위해서 동화를 씁니다. 거짓과 오해와 갈등과 번민으로 가득 차 있는 '어른의 세계'에 살고 있는 나는, 심신이 지치고 외로워질 때면, 도망치듯 '동화의 세계'로 들어가 그곳에서 위안을 얻고 가슴을 깨끗하게 비워내곤 했습니다.

또한 나는 나의 중요한 문학적 테마인 놀이, 판타지, 변신의 모티프들을 자유자재로 실험하고 구현해 낼 수 있는 장르가 동화이기 때문에 동화를 씁니다. 놀이, 판타지, 변신의 이 세 가지는 삶의 매 순간을 축제의 장으로 만들어 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도구인지도 모릅니다.

뿐만 아니라, 나는 아직까지도 내 안에 남아있는 심술과 장난기를 주체할 수 없어서 동화를 씁니다. 동화를 쓸 때의 두근거리는 마음을 계속 느끼고 싶어서 동화를 쓰기도 합니다.

늘 여러 가지 스트레스와 '과로'에 시달리는 요즘 아이들에 대한 안쓰러운 마음 때문에 동화를 쓰며, 그들과는 너무나 대조적이었던 내 유년의 풍성한 기억들을 되살려 이 아이들에게 선사해주고자 동화를 씁니다.

나의 상상력이 메마르고 건조해지고 딱딱해질 것이 두려워서 동화를 씁니다. 더 자유롭고 싶어서 동화를 씁니다. 좀 더 살만한 사회를 만드는 데에 작은 도움이라도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동화를 씁니다.

지금보다 성숙한 인간이 되기 위해서는 아이의 눈으로 생각하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에 동화를 씁니다. 이 모든 것들이 내가 동화를 쓰는 이유입니다.

나는 지금까지 이런 저런 글들을 써왔습니다. 밥벌이를 위해서 글을 쓰기도 했고, 의리 때문에, 혹은 누군가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해서 글을 쓰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글들은 모두 남의 말을 내가 대신해주는 것일 뿐, 진정으로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아니었습니다. 정작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세상에 내놓을 기회는 좀처럼 주어지지 않았습니다.

당선되었다는 사실보다도, 그동안 내가 해왔던 고민들이 비로소 의미를 찾을 수 있게 되었다는 것과, 이제야 세상을 향해 내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 몹시 기쁩니다.

저에게 이런 기회를 주신 한국일보와 심사위원님들, 오랫동안 기다려준 가족들, 함께 글을 쓰는 역작모임의 언니 오빠들, 그리고 나를 응원해준 모든 분들께 머리 숙여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 인터뷰 "농촌서 자란 기억이 자양분됐죠"

송혜진(29)씨는 오랫동안 소설가가 되기를 꿈꿨다. 어른들의 미시적이고 왜곡된 욕망을 다루는 소설을 썼지만, 쓰다보니 쉽게 지쳤고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3년 전부터 우연히 동화를 쓰게 됐다고 한다.

아이들만이 지닌 원형적 욕망에 매료되면서 정화된다는 느낌을 받고 위로를 얻을 수 있었다. "글을 쓰지 않았으면 생태학자가 됐을 것"이라는 송씨의 대학시절 전공은 생명과학.

'식물성'에 대한 그의 천착은 생래적인데, 아이들이 나무로 변한다는 내용의 이번 당선작을 비롯해 꽃과 나무를 소재로 한 습작들을 많이 써놓았다고 한다.

동화 창작교실에도 나가며 동화쓰기 훈련을 했지만 좀 막연했다. 그 꿈이 구체화된 계기는 2년 전 작가 겸 조연출로 월북 동화작가인 현덕에 관한 짧은 다큐멘터리를 제작한 것이었다.

"현덕의 '노마 연작'을 읽으며 그렇게 정신 없었던 시대에 어떻게 아이들의 세계를 이렇듯 생기 넘치게 그릴 수 있을까, 아이들의 심리를 이렇게 세밀하게 표현할 수 있을까 놀랐습니다. 이런 동화를 썼으면 좋겠다 생각했지요."

현덕과 함께 신화성이 풍부한 백석의 시도 송씨에게 큰 울림을 주었다. 하지만 그는 "나를 동화작가로 키운 원 체험은 농촌마을에서 보냈던 유년기"라고 강조했다.

경북 예천의 농촌에서 초등학교를 다녔던 그는 왕복 20리길을 걸어서 등하교를 했다. 낮 12시에 학교가 파하면 하굣길에 개구리를 잡아먹고 비석치기, 구슬치기를 하다가 해질 무렵에야 집에 도착하기 일쑤였다고 한다.

대학(서울대 생명과학부) 재학 시절에는 이주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한국어교육 자원봉사를 하기도 했던 그는 지난해 5월부터 안산에서 이주노동자들을 대상으로 다큐멘터리 촬영 및 편집 교육을 하고 있다.

그곳 아이들이 송씨의 주된 관찰 대상이다. 그는 말한다. "관찰이라기보다는 아이들과 함께 놉니다. 아이들이 놀기를 좋아하는 것은 마치 나무가 햇빛을 따라가는 것과 같은 본성이에요."

그는 "학교가 끝나면 학원으로 직행하는 요즘의 '아파트 키드'들의 삶을 쓰기는 어려울 것 같다"며 "하루하루가 놀이였던 내 어린 시절의 추억에 상상력을 덧붙인다면 요즘 아이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주는 작품을 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심사평 "문학의 본질은 감동" 새삼 확인

예년의 응모작들에 비해 비문이 크게 줄어 원고 읽는 일이 한층 즐거웠다. 그러나 문장의 성취와는 별도로 여전히 신춘문예 투고를 겨냥한 주제와 소재에 기대거나 미처 동화의 본질에 이르지 못한 채 마무리 지은 작품들이 적잖이 눈에 띄었다.

조손 가정, 다문화 가정, 편부모 가정, 폭력 가정을 다룬 작품들은 그저 시대성을 그려내었을 뿐 그 이면의 진실을 드러내지 못했다는 점에서 소재주의에 그쳤으며 나무, 기차, 공중전화, 편지 등을 의인화한 작품들은 대체로 상투성과 작위성을 벗어나지 못했다.

공들여 그려낸 미담가화의 경우, 문학적 감동이 없는 아름다움은 공허할 따름이라는 사실을 다시 확인하게 했다.

본심에 오른 세 편 가운데 이금옥의 '내가 만난 수퍼맨'은 이번 투고 작품들의 한 갈래를 이루는 주제이자 동시대 문학ㆍ영화의 주제로 자주 등장하는 '소년과 노인의 어울림과 소통'을 산뜻하게 그려내었다.

그러나 작가의 의도가 너무도 확연히 드러난다는 점, 아빠와 할아버지의 관계 설정에 실패했다는 점이 흠으로 지적되었다. 김영혜의 '훈이네 초록 마녀'와 송혜진의 '일부러 그런 게 아니에요'는 이른바 판타지로서, 한 편은 식물이 사람(마녀)이 되고 다른 한 편은 사람이 식물이 되는 환상을 그려내는 대비를 이루어 무척 흥미로웠다.

'훈이네 초록 마녀'의 재치있고 개성적인 스토리텔링이 '일부러 그런 게 아니에요'를 넘어서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 답은 '아이들에 의한 교실 혁명'이 일으킨 '감동'에 있다. 신춘의 햇빛 그득한 이 작품이 아이들의 현실에는 물론 우리 동화의 현실에도 혁명적인 은유가 되길 바란다. 심사위원= 원종찬(아동문학평론가ㆍ인하대 교수) 이상희(그림책 작가)

이왕구 기자 fab4@h.co.kr

사진 왕태석기자 kingw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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