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에 근무하는 공무원은 대부분 내복을 입는다.
이명박 대통령이 청와대 회의실 온도는 에너지 절약 차원에서 19도를 넘기지 말라고 지시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자체로 내려가면 에너지 절약은 다른 나라 이야기일 뿐이다.
에너지 과소비 호화 청사들이 줄을 잇고 있는 것. 국가 비전으로 '저탄소 녹색성장'을 선언하고, 범 정부 차원의 에너지 절감을 부르짖고 있지만 지자체 청사는 보조를 맞추기는 커녕 에너지 과소비를 조장하고 있다. 문제는 이런 에너지 과소비 청사에 대해 아무런 제재도 할 수 없다는 데 있다.
30일 지식경제부와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최근 246개 지자체 청사(광역16개, 기초단체 230개)의 2008년 에너지 사용실태를 분석한 결과, 2005년 이후 신축된 지자체 청사의 에너지 사용량이 2005년 이전 건설된 청사에 비해 훨씬 높게 나타났다.
2005~2008년 신축된 지자체 청사 15곳의 에너지 사용량은 1,118toe(석유환산톤)로 2005년 이전 건립된 청사의 에너지 사용량(508toe)에 비해 평균 2.2배 높았다. 1인당 에너지 사용량도 1,234㎏oe(석유환산㎏)로 1.5배나 더 많았다.
특히 2005년 신축된 용인시청의 경우, 광역ㆍ기초지자체 청사를 통틀어 에너지사용량(3,843toe) 1위, 1인당 에너지 사용량(1,931㎏oe) 2위를 기록했다. 용인시청 다음으로 에너지 사용량이 많은 청사는 경기도청, 부산시청, 대전시청, 전북도청 등의 순이었다.
또 1인당 에너지 사용량이 가장 많은 청사는 전북도청(1,968㎏oe) 이었고, 용인시청, 양주시청, 원주시청, 포항시청이 그 뒤를 이었다.
이처럼 신축 지자체 청사의 에너지 사용이 많은 것은 기본적으로 청사의 건물 연면적이 옛 청사에 비해 커진데다 신청사의 건축방식이 에너지과소비형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2005~2008년 신축된 15개 지자체 청사의 연면적은 구 청사에 비해 평균 3.5배 가량 확대됐다. 용인시청의 경우에는 연면적이 7만9,572㎡로, 7배 이상 넓어졌다. 지자체 평균 연면적 1만9,208㎡과 비교해도 4배였다.
또 로비 천장이 높고, 건물 외벽체가 유리로 돼 있어 에너지를 많이 소모한다. 특히 유리 커튼 벽(curtain wall)은 조명 부하를 낮출 순 있으나 냉ㆍ난방 부하를 높이고 기계식 환기를 위한 추가적인 에너지 소비를 유발, 에너지 효율을 급격히 떨어뜨린다.
지경부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유리벽이 외벽체 면적의 50% 정도를 차지할 때 에너지 효율이 최적인 것으로 평가된다"며 "그러나 용인시청이나 성남시청의 유리벽 비율은 무려 80%"라고 말했다.
에너지 과소비형 청사를 지어도 아무런 제재 규정이 없다. 정부는 신축하는 지자체 청사는 에너지 절약형으로 건설될 수 있도록 설계 단계부터 집중 관리하겠다고 나섰지만, 이미 대부분의 지자체 청사가 지어진 뒤여서 '사후 약방문'이다.
더군다나 기존 건물에 대해선 아무런 대책도 없다. 노건기 지경부 에너지절약협력과장은 "내년부터 모든 공공기관은 청사 신축 시, 건물 에너지효율 1등급 취득이 의무화한다"며 "현재 공사가 진행 중인 충남도청과 일산 서구청 등에 대해서도, 설계 변경 등을 통해 건물 에너지 효율 1등급을 취득하도록 유도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노 과장은 또 "민간 건물에 대해서도 에너지 효율 등급 취득을 장려하는 방안을 강구중"이라며 "2011년부터는 아파트에 대해서도 에너지 효율 등급을 취득할 경우 각종 혜택을 주는 등 유인책을 펼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지경부는 내년 1월에도 지자체 청사의 2009년 에너지 사용 실적을 공표, 지자체 차원의 보다 강도 높은 에너지절약 노력을 유도키로 했다.
박일근 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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