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오기는 오는 거야? 기상청 예보를 믿을 수가 있어야지."
30일 오전 4시 서울시 동부도로교통사업부 제설대책 상황실. 밤을 꼬박 새며 컴퓨터 모니터로 기상상황과 서울시내 폐쇄회로(CC)TV를 체크하던 5명의 직원들은 허탈한 표정이 역력했다.
박일연(47) 팀장은 남산 1호 터널, 올림픽대로, 양재대로, 퇴계로 등에서 대기하던 7대의 제설차에 무전기로 상황을 체크했으나 "눈은 오지 않고 도로 상황은 좋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같은 시각 남산 1호 터널 남쪽 입구에서 대기하던 1호차. 최남호(55) 팀장은 붉게 충혈된 눈을 비비면서 혼잣말로"눈이 온다더니 조용하네"라며 중얼거렸다.
기상청이 전날 예보한 서울 적설량은 무려 10㎝. 밤 12시를 기해 1~5㎝로 낮추기는 했지만 영하의 날씨에 2~3cm만 쌓여도 '출근 대란'을 부를 수 있어 바짝 긴장하며 대기했던 터였다. 하지만 이날 새벽 내린 것은 약한 비와 몇 차례의 진눈깨비가 전부였고, 기온마저 영상을 유지해 눈은 거의 쌓이지 않았다.
최 팀장은 "눈이 오지 않아서 다행이긴 하지만, 밤샘 근무를 했는데 예보가 안 맞을 때는 허탈하다"며 "그래도 괜히 들어갔다가 눈이 오면 더 곤란해지니까 무작정 대기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날 폭설에 대비해 밤샘근무를 한 서울시 공무원은 3,500여명이었다.
이번 겨울 들어 기상청의 오보가 잇따르고 있다. 눈 예보는 연이어 빗나갔고, 평년보다 따뜻할 것이라던 겨울 날씨는 연일 강추위가 이어지고 있다.
기상청은 29일 "밤 늦게부터 중부 지역을 중심으로 3~10㎝의 많은 눈이 내릴 것"이라고 예보했지만, 30일 오전까지 내린 눈은 서울 0.6㎝, 동두천 1.2㎝, 철원 3.8㎝로 기록됐다. 그나마 내린 눈도 대부분 금세 녹았다.
기상청은 앞서 27일에는 서울 경기 지역에 내린 기습 폭설을 예측하지 못하는 바람에 도로 제설이 늦어져 도심 교통이 일대 혼란을 겪었다.
기상청은 잇따라 눈 예보가 빗나간 데 대해 "눈 예보는 강수 예보와 달리 기온 변화까지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더욱 까다롭다"며 "특히 1cm의 적설량은 강수량으로 따지면 1mm밖에 안 되는데, mm 단위까지 정확하게 예측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곤혹스러워했다.
기상청 관계자는 "눈은 상층의 찬 공기와 하층의 따뜻한 공기가 충돌하면서 만들어지는데, 두 공기의 움직임 뿐만 아니라 상층부와 하층부 기온까지 정확히 예상해야 한다"면서 "하늘의 움직임을 모두 예측할 수 없다"고 말했다.
기상청은 또 이번 겨울이 평년보다 따뜻할 것이라고 예보했지만, 강추위가 연일 이어져 난감해 하고 있다. 기상청이 지난 10월 겨울 날씨에 대해 "11월부터 내년 1월까지 기온은 평년(영하 4도~영상 10도)보다 다소 높아 포근하겠다"고 예보했다.
하지만 12월 중순 영하 10도 밑으로 떨어지는 한파가 이어진 데 이어 31일과 새해 첫날에도 서울 등 중부지역은 영하 10~18도의 매서운 추위가 몰려 올 것으로 보인다.
31일 아침 최저기온은 서울 영하 13도, 춘천 영하 16도, 인천 영하 11도, 대전 영하 10도 등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에 대해 김승배 통보관은 "보통 1년 중 지금이 가장 추운 기간이다"며 "최근 찬 대륙고기압이 확장하면서 북서쪽에서 찬 공기가 계속 유입돼 기온이 예상보다 더 떨어졌다"고 말했다.
강희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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