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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과학 아는 엄마 기자] 호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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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과학 아는 엄마 기자] 호랑이

입력
2009.12.31 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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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자라면서 집에 인형이 하나 둘씩 는다.

아이 몸집보다 커다란 곰 인형, 비행기에서 낙하산 타고 내려오는 토끼 모빌, 납작해서 베개로도 쓸 수 있는 돼지 인형…. 우리 아이가 가장 좋아하는 인형은 호랑다.

삐쩍 마르고 흐물흐물한 게 도통 호랑이 같지 않지만 아이는 "호양아, 호양아, 잘 잤니"하며 아침에 종종 그 인형의 안부까지 챙긴다.

이런 행동을 가만 보고 있자니 아이에게 호랑이는 아직 무서운 존재가 아닌 것 같다. 떼를 쓸 때 엄마나 아빠가 "너 자꾸 그러면 진짜 호랑이 온다"고 해도 아이는 오든지 말든지다. 어른들이 느끼는 호랑이에 대한 공포가 후천적으로 만들어진 산물이라는 추측이 가능해진다.

아이는 귀엽게 생긴 인형이나 TV에 나오는 실물이나 다 '호양이'라고 부른다. 이걸 보면 호랑이의 외모가 사람에게 공포를 일으키는 것 같진 않다. 외모보다 원천적인 공포 유발 요소가 있다는 얘기다.

동물의 세계에선 냄새가 주요한 공포 유발 요소다. 피식자의 코에는 포식자의 냄새에 특히 민감하게 반응하는 부위가 있다. 예를 들어 쥐 코에는 고양이 냄새만 맡는 부분이 따로 존재한다.

호랑이에게 잡아 먹힐 위기에 처한 토끼도 진한 호랑이 냄새를 맡으면 극도의 공포에 휩싸여 제대로 도망도 못 간다. 호랑이 냄새 정보를 전달받은 뇌 신경세포가 공포를 일으키는 뇌 부위를 자극한 것이다. 하지만 사람 코에는 포식동물의 냄새에 민감하게 작동하는 부위가 없다.

미국의 한 동물음향학자는 호랑이의 '어흥'하는 울음소리가 사람과 다른 동물에게 공통적으로 공포를 일으키는 원천적인 요소라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실제 호랑이 20여 마리가 내는 소리를 녹음해 분석한 결과, 주파수 18Hz 이하의 초저주파가 있다는 사실도 알아냈다.

보통 사람이 들을 수 있는 주파수는 20Hz 이상이다. 연구에 따르면 호랑이의 초저주파 울음소리는 사람의 귀에 직접 들리진 않지만 근육을 진동시켜 긴장하게 만들 수 있다.

일반적으로 주파수가 낮은 소리일수록 멀리까지 퍼진다. 호랑이의 포효 소리를 멀리서 듣기만 해도 오금이 저리고 온몸이 얼어붙는 것 같이 느껴지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자정이 다 됐는데 잘 생각을 않는 아이를 옆에 눕혀 놓고 "지금 코야 하지 않으면 호랑이 온다"며 낮고 굵은 목소리로 '어흥' 해 봤다. 이거 효과가 있다. 종알거리던 아이가 갑자기 눈을 꼭 감고 엄마 품에 파고든다.

과거 세계야생동물기금(WWF)은 호랑이의해인 2010년엔 호랑이가 멸종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더 늦기 전에 아이에게 진짜 호랑이 울음소리를 들려 줘야겠다.

임소형 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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