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건설이 결국 산업은행의 손에 넘어가게 됐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캠코로부터 대우건설을 인수한지 3년만에 다시 채권단으로 되돌아가는 셈이다. 금호아시아나측은 "앞으로 대우건설을 되사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한달 전만해도 대우건설은 우선협상대상자이자 중동계 펀드인 자베즈파트너스로 넘어가는 듯했다. 하지만 자베즈측이 자금조달에 차질이 생기면서, 풋백옵션 연기에도 불구하고 대우건설 매각은 결렬되고 말았다.
결국 그룹의 운명을 걱정한 산업은행이 대우건설을 떠맡게 된 것인데, 유동성위기의 핵이 제거됐다는 점에서 일각에선 "산업은행의 대우건설인수는 일종의 금호아시아나그룹에 대한 선물"이란 평도 나오고 있다.
산업은행은 채권단 공동출자 방식으로 조성한 사모펀드(PEF)를 통해 대우건설을 주당 1만8,000원에 인수(주식 50%+1주)한다고 밝혔다. 이후 적정 시점에 제3자 매각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이것으로 대우건설 문제가 완전히 해결된 것은 아니다. 우선 산업은행의 인수로 대우건설 재매각의 도화선이 됐던 풋백옵션 문제가 새롭게 전개될 수 있다.
풋백옵션 상환책임이 금호그룹에서 산업은행으로 넘어감에 따라 일단 대우건설 풋백옵션 행사 문제는 산업은행과 재무적투자자(FI)들과의 협의를 통해 다시 결정될 전망인데, 현재로선 몇 가지 가능성이 열려 있다.
우선 예정대로 다음달 15일 FI가 풋백옵션을 행사할 경우에는 산업은행 주도의 PEF가 투자금을 상환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고통분담 차원에서 양측이 풋백옵션 행사를 연기하기로 합의할 수도 있다.
또 FI가 금호그룹 채무재조정을 하는 채권금융기관에 포함돼 있는 점과 예정대로 풋백옵션을 행사하지 않을 경우 배임 소지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을 감안할 때, FI가 예정대로 풋백옵션을 행사한 뒤 채권액을 차후 조정하는 절충안도 가능하다.
대우건설 입장에선 주인이 금호에서 산업은행으로 바뀌었지만, 길게 보면 어차피 새 주인을 찾아야 한다는 점에서 달라진 것은 없다.
다만 대우건설과 대우건설의 대주주가 된 산업은행으로서는 시간적 여유를 갖고 적정 인수자를 찾을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보다 신중한 매각을 진행할 수 있는 길이 터진 셈이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인수 능력이 의심되는 외국계 우선협상대상자에 회사가 넘어갈까 우려하는 직원들이 늘면서 사내 동요도 적지 않았다"며 "대주주가 산업은행으로 바뀌면 해외에서의 신인도가 올라가고 영업력 제고에도 도움이 되는 등 회사경영에도 큰 힘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대우조선해양, 하이닉스반도체, 현대건설 등 굵직한 매물들이 팔리지 않고 줄줄이 대기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우건설 재매각이 쉽게 가능하겠냐는 것. 이 점에서 산업은행의 대우건설 소유는 의외로 장기화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전태훤 기자 besame@hk.co.kr
사진=조영호기자 vold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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