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 해 동안 천문학자들의 마음은 여느 해보다 한층 들떠 있었다.
인류가 망원경으로 달을 관측한 지 꼭 400년이 되는 해였기 때문이다. 처음 달을 관측한 주인공은 이탈리아의 천문학자 갈릴레오 갈릴레이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최근 학계에서는 갈릴레이를 둘러싸고 적잖은 논쟁이 빚어지고 있다. 진실은 아직 역사 속에 묻혀 있다.
망원경 발명자
망원경의 첫 발명자가 누구냐에 대한 논쟁은 올 들어 꽤 많은 진전이 있었다. 갈릴레이는 망원경을 최초로 만든 사람은 아니다.
그가 처음 망원경으로 달을 관측했다고 기록된 시기는 1609년 10월. 이보다 한 해쯤 전 네덜란드의 한 안경 제조 업자 한스 리퍼쉬가 망원경을 만들어 특허를 신청했다.
이 소문은 이탈리아의 갈릴레이 귀에까지 들어갔다. 갈릴레이는 당시 유통되고 있던 안경알과 스스로 익힌 렌즈 연마 기술을 이용해 20배율 망원경을 만들었다.
당시 네덜란드의 특허 담당 기관은 리퍼쉬에게 특허권을 내 주지 않았다. 우선권을 요구하는 다른 사람들이 많다는 이유에서였다. 망원경이 주로 군사적 목적으로 제작됐던 당시엔 특허권이 그만큼 좋은 수입원이었을 것이다.
리퍼쉬의 동료인 또 다른 안경 제조 업자 사하리아스 얀센도 망원경을 처음 만든 건 자신이라고 주장했다. 최근 일부 학자들은 얀센의 주장에 힘을 실어 주기 시작했다.
달 첫 관측자, 갈릴레이 vs 헤리어트
망원경으로 천체를 관측한 최초의 인물이 과연 갈릴레이냐에 대해서도 조심스럽게 논쟁이 생겨났다. 영국 국가기록원과 옥스포드대의 학자들은 영국의 천문학자 토머스 헤리어트가 1609년 6, 7월 달을 관측해 그린 그림을 올 초 공개했다.
갈릴레이가 달을 관측해 그림을 그린 기록이 같은 해 11, 12월이니 헤리어트가 반년 정도나 앞섰다는 주장이다. 단지 공식적으로 발표하지 않았을 뿐이라는 것. 실제로 공개된 헤리어트의 달 그림에는 바다(달 표면의 어두운 부분)와 분화구도 표현돼 있다.
이에 대해 갈릴레이를 지지하는 천문학자들은 헤리어트의 그림은 6배율 정도의 성능이 낮은 망원경으로 관측해 그린 거라 맨눈으로 본 것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반박한다.
갈릴레이는 20배율 짜리 망원경으로 달이 차고 기우는 모습을 모두 관측해 그린 데다 달에 있는 산 높이도 계산해 책으로 공식 발표까지 했다는 것이다.
문홍규 한국천문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누가 먼저 달 그림을 남겼는지를 밝히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에 담긴 의미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갈릴레이는 (유명 학자의 이론이나 추측이 그대로 받아들여지는) 사유과학에 머물러 있던 천문학을 관측과 계산을 통한 근대과학으로 변화시켰다는 점에서 과학사에 크게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해왕성을 알았을까
8월 호주 멜버른대 데이비드 제이미슨 교수는 자국에서 열린 2009세계천문의해 학술대회에서 갈릴레이가 1613년 1월 해왕성을 처음 발견했다는 주장을 내놓았다. 사실 갈릴레오가 망원경으로 관측해 그린 천체들 가운데 해왕성이 있었다는 건 이미 학계에 알려져 있었다.
문제는 갈릴레오가 그 천체가 태양계의 행성인지를 당시 인지했느냐는 것이다. 제이미슨 교수는 1612, 1613년 갈릴레이가 해왕성과 거기서 가까운 별들의 상대적 위치를 표시한 기록을 면밀히 살펴보면 정황상 자신이 새 행성을 발견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게 분명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기록 문서를 화학적으로 분석해 정확한 시간대까지 밝히겠다는 계획이다.
제이미스 교수의 주장이 사실로 입증된다면 해왕성의 공식 발견 시기가 200여 년이나 당겨질 수 있다는 예측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현재 해왕성은 영국과 프랑스의 수학자가 위치를 처음 계산하고 독일의 천문학자가 찾아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임소형 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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