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오후 충북 괴산군 문광면 흑석리 괴산노인전문요양원 1층 거실 한 켠에 차려진 작은 무대에 40, 50대 남자 예닐곱 명이 올랐다. 기타, 색소폰을 들고 나타난 이들은 칠갑산, 장모님 등 귀에 익은 가요를 부르며 중증 장애를 앓고 있는 어르신들 앞에서 '재롱'을 떨었다.
경쾌한 새타령이 울려 퍼지자 노인들은 공연단과 어울려 어깨춤을 덩실덩실 추기도 했다. 이 시간 요양원 밖에서는 공연단과 함께 요양원을 방문한 20여명의 중년 남자들이 산처럼 쌓인 눈을 치우느라 구슬땀을 흘렸다.
세밑 적막감만 감도는 산속 요양원을 찾은 이들은 괴산읍에 건설중인 학생중앙군사학교 시공사인 삼성물산 컨소시엄 직원들로 구성된 '괴산애(愛)봉사단(단장 임현채)'
단원 양진국(53ㆍ설계담당)씨는 "외롭게 지내는 어르신들을 위로하기 위해 다과회를 겸한 공연을 왔다가 전날 내린 폭설을 그냥 두고 볼 수 없어 눈 치우기에 나섰다"고 말했다.
괴산노인전문요양원 윤명희(49)원장은 "봉사단이 두 달에 한 번 꼴로 들러 위문공연과 배식, 세탁 등 궂은 일을 해주고 있다"며 "아들 뻘되는 단원들이 왔다 가면 노인들의 표정이 밝아진다"고 했다.
괴산애봉사단이 발족한 것은 지난해 10월. 삼성물산 컨소시엄 직원 중 82명이 건설현장이 있는 괴산지역 주민들에게 봉사하고 나눔 경영을 실천하기 위해 의기투합했다. 괴산과 연고가 없는 사람들의 모임이지만 이 봉사단의 이웃 사랑은 괴산 사람보다 더 진하다.
봉사단은 올해 초부터 홀로 사는 노인 9명에게 매주 한 번씩 반찬배달 서비스를 하고 있다. 도배와 청소도 도맡아 한다. 점심을 굶는 어린이가 많다는 소식을 접한 뒤에는 괴산읍 명덕초등학교 어린이 18명과 결연해 3월부터 지금까지 모두 420만원의 급식비를 후원했다.
5월부터는 괴산읍 지역아동센터 어린이 15명에게 무료로 영어를 가르치고 있고, 괴산읍, 장연면, 칠성면 지역 아동센터의 어린이들에게 서울 나들이도 주선했다. 10월에는 신종플루 예방을 위해 칠성 꿈쟁이 아동센터에 6개월 치 핸드타올을 선물하기도 했다.
지난 성탄절에는 산타로 변신했다. 22, 23, 25일에 홀로 사는 노인들과 조손 및 한 부모 가정 어린이 등 20여명을 찾아 파티를 열고 크리스마스 선물을 한아름 안겼다.
임현채 단장은 "단원들이 정기적인 회비는 물론이고 이따금 회사에서 받는 시상금이나 상품권 같은 것도 기금으로 내놓는다"며 "봉사활동으로 나눔의 기쁨을 배울 수 있고 단원 간 화합까지 키울 수 있어 얻는 게 오히려 많다"고 말했다.
한덕동 기자 dd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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