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예산안 협상이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4대강 예산과 일반 예산을 분리한 '투 트랙 협상'이 사실상 결렬되면서 여당은 강행처리 절차를 밟기 시작했고 야당은 실력저지 태세에 돌입했다. 국회의사당 전체가 긴장감에 휩싸였고 산발적인 충돌까지 빚어졌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투 트랙 협상 이틀째인 30일 결국 등을 돌렸다.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는 "끝내 합의가 안되면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인 다수결에 따라 처리할 것"이라며 최후 통첩을 보냈다.
민주당 이강래 원내대표도 "이명박 대통령이 결정권을 갖고 있는 4대강 예산 때문에 서민ㆍ일자리ㆍ복지 등의 정책사업을 반영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물러서지 않았다. 양당 모두 공식적인 협상 결렬 선언을 염두에 둔 듯한 발언이다.
실제로 이날 국회에선 긴박한 움직임들이 감지됐다. 한나라당은 오후에만 세 차례 비공개 의원총회를 갖고 단독처리 시나리오까지 논의했다. 소속 의원 전원에겐 "밤샘 준비를 하라"는 문자 메시지도 발송됐다. 민주당 역시 오전과 오후에 연이어 의총을 열어 협상 결과를 점검하는 동시에 한나라당의 강행 처리에 대비해 보좌진 소집령까지 내렸다.
특히 민주당 의원들이 농성중인 예결위 회의장 주변엔 팽팽한 긴장이 흘렀다. 한나라당이 예산 수정안 처리를 위해 회의장에 진입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가 돌았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소속 의원 전원이 회의장을 지키는 한편 위원장석 사수를 위해 젊은 의원들로 기동대도 꾸렸다.
반면 한나라당은 정부와 함께 최종적인 예산안 계수조정 작업을 벌이면서 민주당을 압박했다. 예결위 회의장 변경이 가능한지를 두고도 여야간 입씨름이 벌어졌다.
법사위에선 물리적 충돌이 발생했다. 전체회의가 정회 중이던 오후 8시40분께 한나라당 의원들이 예산부수법안 처리를 이유로 회의를 단독 개최하려다 민주당 의원들과 몸싸움을 벌인 것. 민주당 소속 유선호 위원장의 사회로 속개된 전체회의에서 여야 의원들은 날선 공방을 벌였다.
앞서 여야는 오전부터 투 트랙 협상을 계속했지만 간극을 좁히지 못했다. 4대강 예산 협상에서 민주당은 대운하 관련 예산의 삭감을 거듭 요구했지만 한나라당은 난색을 표했다. 일반 예산 협상에서도 민주당의 5조1,000억원 감액 요구에 대해 한나라당은 2조원 이상 삭감은 어렵다고 맞섰다.
신경전도 치열했다. 한나라당은 "민주당이 지역구 예산 증액을 관철시켜놓고 정략적으로 협상을 결렬시켰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지역구 예산 포기를 선언하고 진지하게 협상에 임했는데도 한나라당이 중상모략을 일삼고 있다"고 비난했다.
양정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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