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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참사 협상타결/ 유족들 회한의 눈물 "올해를 하루 남기고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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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참사 협상타결/ 유족들 회한의 눈물 "올해를 하루 남기고서야…"

입력
2009.12.31 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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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줄 거면 진작 하루라도 빨리 하지. 올해를 하루 남기고서야…."

용산참사 협상 타결 소식이 전해진 30일 오전 검은 상복 차림의 유족들은 서로 부둥켜 안고 참았던 눈물을 터뜨렸다. 345일간 빈소를 지키며 동고동락했던 철거민 이웃들이 "고생 많았다"며 위로의 말을 건넸지만 이들의 한 맺힌 눈물은 그칠 줄 몰랐다. 고 이상림씨 부인 전재숙(68)씨는 "이렇게 허무하게 보낼 건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고, 고 이성수씨 부인 권명숙(47)씨도 손수건으로 입을 가린 채 물끄러미 영정만 바라봤다.

유족 다섯 가족은 빈소를 순천향대병원에서 참사현장인 한강로2가 남일당으로 옮긴 9월 이후 인근 건물에서 함께 생활하며 진상규명 및 보상 촉구 투쟁을 벌여왔다. 이날 오전 11시께 빈소에 나타난 이들은 협상 타결 여부를 묻자 "잘 모른다"며 말을 아꼈다. 그러나 한 유족은 "전날 오후 8시께 추모미사를 마친 뒤 협상 타결이 임박했다는 소식을 들었다"면서 "밤새 한 숨도 못 자고 유족들끼리 붙들고 울면서 밤을 보냈다"고 귀띔했다.

유족들은 용산참사범국민대책위원회가 낮 12시 남일당 옆에서 연 긴급기자회견에 희생자영정을 가슴에 끌어안고 참석했다. 유족들은 "그 동안 도와주셔서 고맙다"면서도 "풀어야 할 과제가 많다"고 말했다.

권명숙씨는 "345일간 냉동고에 있는 고인을 그냥 둘 수 없어 장례를 결정했지만 개운치 않은 장례라 마음이 너무 무겁다"며 "진실 규명과 구속자 석방 등을 위해 투쟁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 윤용헌씨 부인 유영숙(48)씨도 "그들은 우리를 도시테러범으로 몰았다"며 "우리가 바란 것은 돈이 아니고 진상규명이다"고 말했다.

당초 정부가 뒷짐을 지면서 참사 발생 1년이 다 돼서야 장례를 치르게 된 데 대해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고 양회성씨 부인 김영덕(54)씨는 "올해를 하루 남기고서야 협상이 타결돼 유감"이라고 말했다. 홍석만 범대위 대변인은 "해를 넘기면 정권 차원에서 부담이 크기 때문에 서둘렀던 것 같다"고 해석했다.

한편 용산참사 진압 과정에서 순직한 고 김남훈 경장의 아버지 김권찬씨는 이날 "그 동안 안타깝게 생각했는데 타결이 돼서 잘됐다는 마음"이라며 "잘잘못을 떠나 고인들의 명복을 빌기 위해 장례식장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민식 기자 bemyself@hk.co.kr

남보라 기자 rarar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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