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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산업·타이어 워크아웃/ 재계 8위 금호그룹 '삭풍 속으로'…석유화학 자금상황이 '앞날 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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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산업·타이어 워크아웃/ 재계 8위 금호그룹 '삭풍 속으로'…석유화학 자금상황이 '앞날 키'

입력
2009.12.31 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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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6년 택시 2대로 출발해 60여 년만에 재계 서열 8위에 오른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창사 이래 최대의 위기를 맞았다.

그룹 해체 수순까지는 아니더라도, 상황에 따라서는 박삼구 명예회장 일가의 경영권마저 위협 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일단 계열사 2곳의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작업)으로 생존의 길을 모색하기로 했지만, 총수 일가의 경영권 집착으로 워크아웃에서 빠진 금호석유화학의 자금 상황 등을 고려할 때 당분간 그룹 진로는 안갯속이다.

급한 불만 껐다

금호그룹과 채권단은 이날 금호산업, 금호타이어 등 2개 계열사에 대해서만 워크아웃을 신청키로 합의했다. 2006년 대우건설 인수 당시 재무적 투자자에게 약속했던 풋백옵션(주식매도 선택권) 인수주체인 금호산업과 대우건설 보유지분 손실이 많은 금호타이어의 경우 자본 잠식 상태에 직면해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채권단 자금지원과 부채 출자전환을 통해 회사 부도라는 최악의 사태에서는 벗어날 전망이다.

문제는 다른 계열사들이다. 주요 계열사들이 총수 일가에서 출발해 금호석유화학과 금호산업 등을 통해 이어지는 출자구조와 지급보증으로 복잡하게 얽혀있다.

매각이 결졍된 대우건설과 금호생명 이외에 금호석유화학, 아시아나항공, 대한통운의 상황도 여의치 않다. 채권단이 금호석유화학과 아시아나항공에 대해서도 워크아웃 신청을 종용한 이유다.

하지만 총수 일가가 경영권 상실을 우려해 이들 계열사를 채권단 손에 넘기지 않으려고 하고 있어 향후 구조조정 과정에서 어떤 결론이 나올지 미지수다.

총수 일가는 금호석유화학(보유지분 48.6%)을 통해 계열사를 지배하는데, 이 회사가 워크아웃에 들어갈 경우 채권단 출자전환을 통해 그룹 경영권이 통째로 채권단에 넘어갈 가능성을 오너 측이 우려하고 있다.

그룹 운명은

자산 규모 37조원의 그룹 위상은 일단 크게 추락할 수밖에 없다. 이미 매각한 금호생명외에 대우건설(9조원)이 빠지고, 때에 따라서는 워크아웃에 들어갈 2개 계열사의 경영권도 채권단에 넘어갈 수 있다.

물론 채권단 자율협약을 통해 구조조정을 진행할 금호석유화학과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일단 경영권 보장은 받았지만 그룹 신인도 추락으로 향후 진로가 불투명하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특히, 오너가 경영권을 고수하는 금호석유화학 역시 앞날이 불안하다. 워크아웃 2개 계열사의 최대주주라 이들 기업의 주가폭락으로 손해(지분법 평가손실)가 막대하고, 그룹 전체의 유동성 부족에 따른 자금 악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룹 측은 "금호석유화학의 경우 영업실적이 괜찮고, 독자적인 영업활동이 가능하기 때문에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오너 형제들의 다툼도 복병이다. 대우건설 인수 문제로 불거진 박 명예회장과 동생 박찬구 회장 간의 경영권 분쟁이 금호석유화학을 놓고 다시 점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사재 출연에서도 박 회장 측은 이미 이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신속한 워크아웃을 통해 구조조정을 결정한 만큼, 그룹 붕괴라는 최악의 상황까지는 오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오남수 그룹 경영전략본부 사장은 "채권단과의 협조하에 강력한 구조조정을 통해 이번 사태를 슬기롭게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재계 파장은

이번 워크아웃 신청에 따라 그간 과도한 부채를 안고 있던 다른 그룹들이 어떤 영향을 받을지 주목된다. 외환위기 이후 기업들의 부채가 크게 줄어든 게 사실이지만, 항공과 해운, 조선, 건설 업종은 여전히 과다한 부채를 보유하고 있다.

예컨대 대한항공과 한진해운을 거느린 한진그룹의 경우, 이미 재무구조선약정을 맺고 자산 매각 등의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고, 두산그룹도 해외 자회사(두산밥캣) 인수 과정에서 한때 유동성 위기설에 시달리기도 했다.

일단 작년 불어닥친 금융위기 이후 대부분의 기업들이 상시 구조조정 시스템을 통해 재무 안정성을 높여 나가고 있는 만큼, 전반적으로 크게 우려할 상황이 아니라는 게 재계 판단이다.

아울러 이번 금호그룹 사태가 정부 주도 하에 이뤄진 구조조정이 아니기 때문에 재계 전체에 미치는 영향은 적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박기수기자 blessyou@hk.co.kr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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