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사고의 과실 입증책임을 환자에게서 의사로 전환하려던 입법시도가 무산될 가능성이커졌다.
30일 보건복지가족부에 따르면 의료분쟁조정중재원 설립과 의료사고시 반의사불벌죄 도입 등을 골자로 하는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안'이 29일 국회 상임위를 통과했다.
1988년 대한의사협회가 '의료사고처리특례법' 제정을 건의한 지 22년 만이다. 복지위 전체회의를 통과한 이번 제정안은 31일 본회의에 상정되며, 본회의 통과시 내년 7월 1일부터 시행된다.
법안은 논란의 핵심인 의료사고에 대한 입증책임을 의사나 환자 어느 한쪽에 두지 않고 신설되는 의료분쟁조정중재원 산하의 의료분쟁조정위원회의 조정에 맡기는 한편 조정성립 후 피해자가 손해배상을 받지 못할 경우 중재원이 피해자에게 대신 지급하고 병원 측에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게 했다.
전문적 의학 지식이 거의 없는 환자 측이 의료과실을 입증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오래 전부터 시민단체 등을 중심으로 환자가 아닌 의사가 의료 사고의 과실 여부를 입증해야 한다는 요구가 제기돼 왔다.
법안은 또 피해자와 병원 측이 합의하면 의료 과실의 책임을 묻지 않는 않는 반의사불벌죄 조항을 신설, 형사처벌 특례를 적용토록 했다. 의료분쟁을 피하기 위해 의사들이 소극적ㆍ방어적으로 진료하는 것을 막기 위한 조항으로, 시민단체 등의 반발을 고려해 1년 유보 후 시행된다.
하지만 시민단체와 환우회 등은 이번 제정안이 의사들의 기득권만을 보호하는 '특혜법'이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경실련은 이날 성명을 내고 "제정안은 환자들의 염원인 입증책임 전환 규정은 삭제하고 의사들을 위한 형사처벌 특례만 명문화하는 등 의료인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됐다"며 "법사위는 제정안 처리를 보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선영 기자 aurevoi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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