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오 국회의장이 30일 국회 본회의장 의장석을 지켰다. 이틀째 홀로 의장석을 사수한 것이다. 엄밀히 말해 김 의장이 의장석을 '점거'한 것은 아니다. 김 의장은 29일 밤 국회 내 의장 집무실 소파에서 잠을 잔 뒤 30일엔 본회의장과 집무실을 오갔다.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 등과의 오찬 회동을 위해 잠시 외출하기도 했다. 한 측근은 "의장석을 점거하는 게 목적이 아니라, 여야가 반드시 합의안을 내야 한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여야는 30일에도 절충점을 찾지 못했고, 여야가 예산안 연내 처리에 합의할 가능성은 점점 희박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예산안 처리의 '공'이 점점 김 의장에게 넘어 가는 형국이다. 김 의장은 "예산안 직권상정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수 차례 밝혔다. 이는 "여야가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을 통해 문제를 풀려는 생각을 버리고 끝까지 타협을 시도하라는 뜻"이라고 한 측근은 풀이했다.
역대 의장들이 예산안을 직권상정한 전례가 거의 없는 만큼 김 의장은 예산안 직권상정엔 상당한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한다. 다만 한나라당이 예결특위에서 예산안을 단독 처리해 본회의로 넘길 경우 법사위에서 통과되지 못한 예산 부수법안들을 직권상정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한편 정운찬 총리는 30일 오전 의장석을 지키고 있는 김 의장을 방문해 "준예산이 편성된다면 국가가 경험해보지 못한 어려움에 처하고 경제적으로 어려운 분들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며 "의장이 리더십을 발휘해 조속히 예산을 처리해 달라"고 주문했다. 김 의장은 이에 "국회의장의 권한이 너무 적다"며 "예산안이 원만하게 처리되도록 모두 끝까지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답했다.
최문선 기자 moonsu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