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는 해를 술자리로 마무리하고, 최고경영자(CEO)의 딱딱한 신년사로 오는 해를 시작하던 기업들의 새해맞이 풍경이 달라지고 있다.
임직원의 가족을 동참시킨 송년회가 봇물을 이룬 데 이어 많은 기업이 이웃과 함께 하는 이색 시무식을 준비 중이다.
우선 2010년 경인년을 맞아 호랑이처럼 힘찬 한 해를 열기 위한 해맞이 시무식을 준비한 곳이 많다.
롯데백화점은 내년 1월 1일 임직원과 협력업체 관계자 4,000여명이 참여, 각 점포의 인근 산 정상 또는 일출 명소에서 시무식을 한다. 본사와 본점의 경우 서울 중구 남산 팔각정에서 1,0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오전 6시 30분부터 9시까지 해맞이 행사를 진행한다.
'글로벌 톱 10' 도약을 위한 일체감 조성과 애사심 증대를 위한 자리로 마련했다. 고객 감사 차원에서 이 시간대에 남산을 찾은 고객에게는 차와 커피, 떡 등을 나눠 줄 계획이다.
신세계백화점은 1월 1일 팀장급 이상 임직원이 서울 인근의 산에 올라 새해 첫 해돋이를 즐긴 뒤 본점 문화홀로 자리를 옮겨 시무식을 가질 예정이다.
극동건설은 1월 4일 서울 남산 팔각정에서 송인회 회장, 윤춘호 사장 등 임직원 250여 명이 참석해 해맞이 시무식을 갖는다. 임직원들은 7시 45분께 떠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해돋이를 보며 대형 현수막에 소망과 다짐을 쓰는 등 새해 결의를 다질 예정이다.
자연을 주제로 한 시무식도 마련된다. 홈플러스는 1월 4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본사에서 열리는 시무식에서 '소망 나무'라는 이색 퍼포먼스를 진행한다. 직원들이 이승한 회장의 신년사를 들은 뒤 각자의 새해 희망을 적어 '소망 나무'라는 대형 보드에 거는 행사다.
"새해 소망과 다짐이 한 해 동안 나무처럼 무럭무럭 자라길 바라는 취지"라는 게 홈플러스측의 설명이다. 홈플러스는 또 1월 17일까지 전국 114개 점포에 크리스마스 트리로 쓰이는 인조 전나무를 설치, 고객이 소망을 적어 나무에 걸어두는 이벤트도 준비했다. 이들 중 일부 고객에게는 추첨을 통해 경품도 제공한다.
식품업계에서는 직원들이 짧은 시간에 회사의 경영 철학과 전략을 공유할 수 있는 이색 행사가 눈에 띈다. ㈜스타벅스커피 코리아는 1월 4일 전국 35개 도시의 300여 매장에서 동시에 바리스타 커피 강화 교육 '에스프레소 엑설런스'를 진행하는 것으로 새해를 시작한다.
3,500여명의 바리스타는 이날 평소보다 1시간 일찍 출근해 에스프레소 음료 제조와 고객 서비스에 대한 집중 현장 교육을 받게 된다. 교육 완료 후에는 선착순 2,010명의 고객에게 '카페 아메리카노' 톨 사이즈를 무료로 증정한다.
집중적인 교육을 통해 커피의 열정을 공유하기 위한 것으로 이석구 대표를 비롯한 본사 임직원도 이번 에스프레소 엑설런스에 동참할 예정이다.
샘표식품은 1월 13, 14일 이틀간 경북 문경시의 STX 리조트에서 '2010 샘표 올림픽'이라는 콘셉트로 시무식을 갖는다. 회사의 경영목표를 공유하고 운동을 통해 부서간 단합을 도모하기 위해 기획한 것으로 댄스, 난타, 벨리댄스, 사내밴드 공연 등 사업단위별로 다채로운 장기도 선보인다.
기업 송년회의 주요 트렌드가 된 문화 이벤트는 최근에는 시무식에서도 빠지지 않는다. 1월 4일에 열리는 GS칼텍스의 시무식에서는 회사의 전통대로 신입사원들의 이색 공연을 볼 수 있다. 올해는 '아이 앰 유어 에너지(I am your Energy)'라는 제목의 뮤지컬 공연이 펼쳐진다.
코오롱그룹은 1월 4일 경기도 과천시민회관 대극장에서 KBS교향악단의 신년음악회와 함께 그룹 통합 시무식을 연다. 함신익 교수를 객원 지휘자로 초빙한 KBS 교향악단이 레너드 번스타인의 '캔디드 서곡', 비제의 오페라 '카르멘' 중 '투우사의 노래' 등을 연주한다.
코오롱 관계자는 "지주회사 체제 출범의 의미를 강조하고 임직원의 사기 고취 차원에서 오케스트라와 함께하는 시무식을 준비했다"면서 "임원만 참석한 예년과 달리 신입사원을 포함해 그룹 임직원 900여명이 함께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소연 기자 jollylif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