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은 났다. 그러나 절차도, 내용도 엉망이다. 만질수록 단점을 보완해 나아져야 할 법안이 반대로 개악이 됐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환노위)가 어제 야당의원들을 뺀 채 통과시킨 노동법 개정안을 가리켜 하는 말이다.
추미애 환노위 위원장, 차명진 법안심사소위원장, 임태희 노동부장관이 합의한 이른바'추미애 중재 수정안'은 큰 틀에서는 12월 4일의 노사정 합의안을 수용한 것이다. 노조전임자 임금 지급금지는 내년 7월부터 적용하고, 복수노조는 오히려 1년을 앞당겨 1년 6개월의 준비기간을 거친 뒤 허용하기로 했다. 막판 쟁점인 복수노조의 교섭창구도 몇 가지 예외를 두긴 했지만 단일화했다.
그러나 속을 들여다보면 노사정 합의안에서 한참 후퇴해 과연 누구를 위한 법 개정인지 의심스럽다. 우선 한나라당이 집어넣었던 '통상적인 노동조합 관리업무'를 빼고 대신 타임오프제(근로시간 면제)의 대상으로 집어넣은'건전한 노사관계 발전을 위한 노조 유지 및 관리업무'가 추상적이어서 해석에 따라 전임자임금 지급금지를 무력화시킬 위험이 있다. 그 범위와 한계를 대통령령이 아닌 노사 및 공익위원으로 구성된 노동부 산하 근로시간면제위원회가 결정하도록 해 갈등의 불씨를 남겼다.
사용자가 동의하면 창구 단일화를 하지 않아도 되며, 현재 조직된 산별노조는 내년부터 2년6개월 동안 창구 단일화 적용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한 것도 야당과 민주노총의 눈치를 본 어정쩡한 타협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형평성을 잃은 전임자임금 지급금지를 위반하면 사용자만 처벌하는 것도 문제다.
여야가 이해관계에 따라 바꾸고 빼고 넣고 하면서 개정안은 누더기가 됐고, 누구에게도 환영 받지 못하게 됐다. 야당이 자기 식구인 상임위원장이 낸 중재안에 결사 반대하는 웃지 못할 일도 벌어졌다. 늘 그래왔듯이 노동현안을 정략적으로 다루어온 결과다. 그나마 이런 개정안마저 없으면 당장 닥칠 혼란을 막을 길이 없다. 정부만이라도 미비한 내용을 정밀하고 합리적으로 보완해 시행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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