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첫 10년간 미국에서 가장 높이 날아오른 승자와 가장 깊이 추락한 패배자는 누구일까.
미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는 30일 인터넷판에서 미 최초의 흑인 대통령 버락 오바마 현 대통령을 최고의 승자로, 이라크 및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일으킨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을 최악의 패자로 꼽았다. 또 부시를 대통령으로 뽑은 '미국 국민들'전체를 패자 2위에 올렸다.
승자 중에는 노벨평화상을 수상하고 100년 만의 건강보험 개혁을 이끌고 있는 오바마 대통령에 이어, 차기 공화당 대선 후보로 경쟁하고 있는 3명이 공동으로 2위에 올랐다. 세라 페일린 전 알래스카 주지사, 마이크 허커비 전 아칸소 주지사, 미트 롬니 전 메사추세츠 주지사 등이다. 3위엔 사업가였던 마이크 블룸버그 뉴욕 시장과 액션배우 출신인 아널드 슈워제네거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선정됐다. 이들은 편견을 깬 공직진출로 평가 받았다.
4위에는 멀리 내다보고 자신의 자리를 양보한 데이비드 사우터 전 연방대법관이 뽑혔다. 그는 자진사퇴로 최초의 히스패닉계 여성대법관(소니아 소토마요르)이 탄생할 수 있도록 했으며, 부시 정권에서 지명됐지만 낙태와 동성애 권리를 찬성한 대법관이기도 했다.
이어 여성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가 5위,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이 6위, 최초의 여성 하원의장에 오른 낸시 펠로시 의장이 8위에 뽑혔다. 9위엔 미국 내에서 인구비율이 급격히 늘고 있는 '히스패닉과 아시아계'가 뽑혔다.
FP는 최악의 패배자로 꼽힌 부시 대통령에 대해 "재정흑자와 밝은 미래를 물려받고도 9ㆍ11 테러 이후 재앙과 같은 선택만 했다"며 "부시는 10년간 최악의 패자일 뿐만 아니라, 미 역사상 최악의 대통령으로 기록될 만하다"고 밝혔다. 패자 2위에는 대선에서 재검표 끝에 '종이 한장 차이'로 부시에게 대통령직을 내준 앨 고어 전 부통령과, 부시를 대통령으로 뽑아 대가를 치러야 했던 '미국 국민들'이 공동으로 뽑혔다.
3위는 모니카 르윈스키와 불륜이 들통났던 빌 클린턴 전 대통령 등 고위급 불륜남들이 차지했으며, 4위엔 사기와 뇌물ㆍ돈세탁 등으로 법정에 선 윌리엄 제퍼슨 전 민주당 하원 의원 등 고위급 '사기꾼'들이 올랐다. 패자 5위는 인터넷 때문에 뒤로 밀려나고 있는 신문ㆍ방송 등 미디어가 차지했다.
FP는 이라크 전쟁의 설계자였던 도널드 럼스펠드 전 국방장관을 패자 6위에 올렸으며, 미국의 모든 행동을 '전쟁'으로 규정시켜버린 '테러와의 전쟁'과 같은 '잘못된 아이디어'도 8위에 올렸다. 갈수록 쌓여가는 미국의 재정적자는 9위, 역사적 실패로 드러나고 있는 '세계화와 자유무역'은 11위를 차지했다.
자본주의의 명암을 드러낸 '금융기관'은 승자 7위와, 패자 10위에 동시에 이름을 올렸다. 권력과 결탁해 엄청난 부를 창출했지만, 금융위기를 일으켜 세계를 고통으로 몰아넣기도 했기 때문이다.
이진희 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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