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일제강점기 징용 등에 의해 일 기업에서 일한 한국인 4,727명의 연금 납부 기록을 확인해 최근 한국 정부에 제공했다고 아사히(朝日)신문이 30일 보도했다. 일 정부가 전시 한국인의 연금 기록을 대량으로 한국에 제공한 것은 처음이다. 전시 미지급 연금과 관련해 일본 정부는 한일협정의 "개인 청구권 소멸" 합의에 저촉될 우려를 표시하는 등 문제 해결에 소극적이지만 변화가 있을지 주목된다.
이번 연금기록은 한국 정부가 징용 피해자에게 지원금 지급을 위한 근거로 삼기 위해 일본 정부에 요청한 것이다. 노무현 정부 때 출범한 '일제강점하 강제동원피해 진상규명위'는 지난해부터 일제강점기 강제노동 피해자와 유족에게 위로금 등을 지급하고 있지만 전체 16만명 신청자 가운데 약 90%의 입증 자료가 없어 작업은 지지부진한 상태였다.
상황 타개를 위해 이중 4만명의 연금 납부 자료를 일본 정부에 요청했고 일본 사회보험청은 올해 가을 4,727명을 한국인 연금납부자로 확인했다. 한국 정부는 이 자료가 강제노동을 입증할 자료라고 보고 나머지 12만명의 조회도 차례로 요청할 계획이라고 이 신문은 전했다.
한일 정부는 2005년부터 연금문제 협의를 시작했지만 한국의 기록 제공 요청에 그
동안 일본은 출신지나 징용자 여부 정보가 없어 곤란하다고 거부해왔다. 2007년 일본 내 연금기록 망실의 문제가 터져 기록 전체를 데이터베이스화하면서 생년월일만 입력하면 가입 유무 등을 검색할 수 있게 돼 이번 요청에 응할 수 있었다.
하지만 사회보험청은 연금 기록의 개인별 가입 기간을 조회하지 않아 연금 탈퇴수당 신청자격 여부는 알 수 없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자격이 있는 데도 수당을 받지 못한 사람이 있을 것으로 보여 향후 지급 청구가 제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난해 후생노동성 연금기록문제특별팀 실장을 지낸 노무라 슈야(野村修也) 주오(中央)대 교수는 "국적 기재가 없어도 사회보험청은 전시 중 연금기록에 외국인이 상당수 포함돼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었을 것"이라며 "일본 정부는 전모를 조사해 책임 있게 대처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이 신문은 덧붙였다.
일본 사회보험청은 1995년 관련법 해석을 변경해 이듬해 미쓰비시(三菱)중공업 나가사키(長崎)조선소에서 일했던 김순길씨에게 35엔 지급을 시작으로 연금 탈퇴수당을 주고 있지만 지급 액수는 당시 화폐가치를 고집하고 있다. 최근에도 10개월치 수당으로 99엔을 지급해 한국인 징용 피해자들의 거센 반발을 샀다.
도쿄=김범수 특파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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