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유재석과 강호동이다. 강호동이 KBS에서 대상을 받자 유재석은 MBC에서 대상을 받는 것으로 응수했다. 벌써 3년째 반복되는 모습이다. 이쯤 되면 "세상에서 피할 수 없는 세 가지는 죽음과 세금과, 유재석과 강호동의 대상"이라는 농담을 해도 될 만하다.
시상식에서 두 사람의 이름만 나오는 게 지겨워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아직은 '유-강 체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들은 한국에서 리얼 버라이어티 쇼를 가장 잘 진행하는 MC들이다. 방송 3사의 대표 리얼 버라이어티 쇼는 모두 그들 몫이다. MBC 예능프로그램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숱한 실패가 증명하듯, 다른 MC들은 좀처럼 이 장르에서 성공하지 못했다. 그나마 그들보다 선배인 이경규가 KBS2 예능프로그램 '해피선데이'의 인기 코너 '남자의 자격'으로 능력을 증명한 정도다.
리얼 버라이어티 쇼는 시청률과 제작비 면에서 예능계의 블록버스터이니, 두 사람의 장기집권은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두 사람의 원천 기술은 리얼 버라이어티 쇼 자체가 아니다. 두 사람이 리얼 버라이어티 쇼를 진행할 수 있는 건 '통치 철학'이라 칭해도 어울릴 리더십이 있기 때문이다.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에서 유재석은 웃기는 데 집중하는 대신 개성 강한 다른 출연자들이 마음껏 뛰어노는 놀이판을 드러나지 않게 정리한다. 강호동은 '해피선데이'의 코너 '1박 2일'에서 출연자와 제작진에게 협상을 핑계로 그들을 끊임없이 어르고 달래며 모든 사람이 프로그램에 몰입하도록 만든다.
박명수는 유재석을 통해 그의 독특한 개그 감각이 빛났고, '1박 2일'의 출연자들은 강호동에 홀리다시피 하면서 어느새 한겨울의 얼음물에도 뛰어든다. 유재석과 강호동은 오락 프로그램은 하나의 나라처럼 모든 사람들이 모여 웃길 때 그 효과가 극대화된다는 것을 실천에 옮겨 예능의 판을 바꿨다.
두 사람이 KBS '해피투게더'와 SBS '강심장' 같은 많은 출연자들이 나오는 토크쇼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잘난 사람 못난 사람 가리지 않고 끌어 안는 통합의 리더십은 구현하기는 어렵지만, 이뤄내는 순간에는 막강한 힘을 발휘한다. 그들은 구성원 모두를 통합시킬 수 있기에 독주할 수 있다. 그래서 두 사람이 양분한 예능계는 지금 우리 사회의 단면을 보여주는 것일지도 모른다. 하물며 웃겨야 사는 예능에서도 통합의 리더십을 발휘해야 시장을 지배할 수 있다. 그렇다면 다른 분야는 어떠하겠는가. 2010년에는 우리 사회 전체에 그런 리더십이 등장하길 바란다면 너무 꿈이 큰 걸까.
대중문화평론가 lennonej@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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