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 전 중앙대가 실용학문 위주로 대학을 전면 개편하는 계획을 밝혔을 때 우리는 적지 않게 우려를 표명했다. 윤리와 책임감, 창조성과 비전을 갖춘 인재는 취업용 교육으로만 길러질 수 없으며, 기초학문 발전 없이 국가사회의 지속 가능한 발전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런 식의 개편이 보편적 발전모델로 인식돼 대학사회 전반에 압도적 흐름이 될 개연성도 걱정했다.
그러나 다행히 제시된 구조개혁안은 이 같은 우려를 상당 정도 불식할 만한 것으로 평가된다. 사회적 수요가 큰 분야는 키우고 다양화하되, 주요 기초학문 분야의 희생 폭도 예상보다 줄인 것이 핵심이다. 인접 분야를 같은 울타리로 묶어 통섭을 꾀한 대목도 눈에 띈다.
앞으로 구체적인 논의과정을 거치겠지만 일단 이 정도면 학문의 다양성을 크게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사회적 수요 부응에 초점을 맞춘 개혁안으로 평가할 만하다. 다만 급변하는 세계환경 속에서 미래의 발전가치는 당장 가늠하기 쉽지 않은 만큼 보다 면밀한 진단과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계열간 경쟁 유도가 자칫 수익성에 중점을 둔 기업간 경쟁과도 같은 양상으로 변질될 수 있는 점도 경계해야 할 것이다.
아마도 중앙대 개혁에서 가장 의미 있는 것은 교수사회를 비롯한 대학가의 보수적인 분위기에 일대 자극을 준 일일 것이다. 사실 대학사회는 우리사회에서 가장 변화에 둔감하고, 사회적 비판에서도 상대적으로 배려를 받아온 곳임을 부인키 어렵다. 중앙대 개혁이 교육수요자와 국가사회에 대한 대학 전체의 책임의식을 크게 각성시키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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