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처럼 부동산 전문가나 시장 참여자들이 혼란스러웠던 때가 있었을까 싶다. 작년 말과 연초 대다수 전문가들이 예측한 부동산 가격 급락 전망은 크게 빗나갔다. 집값이 하락(초반)-급등(중반)-안정(후반)으로 요동치는 가운데 시장 참여자들은 자산 선택에 어려움을 겪었다.
정부는 전국적인 미분양 해소를 위해 대책을 마련하는 한편, 건설경기 활성화 차원에서 주택공급 확대정책을 연이어 발표했다. 높은 주택가격 해결을 위해 그린벨트를 풀어 보금자리 주택을 대량 공급하면서 수요 촉진을 위해 종합부동산세를 완화하고 다주택자의 양도소득세 부담을 경감했다.
2009년 부동산 시장의 등락과 혼란을 통해 많은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우선,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과 세계경제 및 국제금융시장과의 연계성이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국내 부동산의 수요ㆍ 공급과 무관하게 세계 금융시장이나 부동산 시장의 등락에 따라 국내 집값이 좌우되고 있다. 부동산의 금융화, 유동화가 강해질수록 부동산 시장 안정은 기대하기 힘들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둘째, 부동산 시장이 점차 국지화⋅ 세분화하고 있는 점이다. 전국적인 미분양 사태 속에서도 서울 강남지역의 아파트값 급등에서 보듯이 부동산 시장은 총량적인 수요ㆍ공급이 아니라 국지적 특성에 영향을 받는 모습이다. 부동산 시장이 수도권과 지방, 신규 분양시장과 재건축, 중대형과 소형주택 등으로 세분화하면서 총량적인 공급확대 정책이 부동산 시장의 안정을 가져올 것이라는 주장은 설득력을 잃게 됐다.
셋째, 우리나라 주택시장에서 여전히 공공부문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점이다. 서울시가 내놓은 뉴타운 사업의 핵심은 권역별 멸실량 조정과 공공관리자 제도이다. 정부도 저렴한 주택공급 확대를 위해 보금자리주택 건설을 내놓았다. 주택 부문을 시장과 민간의 자율에 맡겨야 한다는 주장과는 달리, 종전보다 오히려 공공의 역할이 강화된 부동산 정책이 요구되고 있는 것이다.
새해는 부동산 정책의 중요한 방향을 결정해야 할 시점이다. 경기회복이 본격화하면서 부동산 가격의 상승압력이 확대될 뿐만 아니라 시장의 불안정성을 자극할 요소가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무엇보다 지방선거가 예정돼 있어 각종 개발공약과 기대가 집값 상승을 유발할 수 있다.
또한 도시주거환경 기본계획이 수립되는 해로 각종 재정비사업 대상지가 결정되며, 재정비사업 규제완화와 경기회복에 따라 각종 재정비사업이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내년은 짝수해로 2년 주기의 전셋값 상승기에 해당하는 만큼, 주택가격 상승에 따른 압력과 더불어 전ㆍ월세 가격의 상승도 우려된다.
정부는 부동산 시장의 하락 방지와 건설경기 활성화를 위해 그 동안 내놓았던 각종 대책과 제도를 재점검해야 한다. 무엇보다 민간 주도의 대규모 개발방식을 통한 도시재정비 사업에 대해 명확한 방향을 설정하는 게 중요하다. 다행히 올해가 가기 전에 용산참사 해법이 마련됐지만, 가장 취약한 지역과 취약한 주민들을 우선적으로 배려하고 원주민이 정착할 수 있는 도시재정비 방식을 마련해야 한다.
1가구 다주택자에 대해서도 정부가 명확한 입장을 정리해야 한다. 서울의 경우 무주택자가 아직 40%에 이르고, 54%가 남의 집에 살고 있는 현실이다. 무주택자에게 우선적으로 주택을 공급하는 것이 주택정책의 기본방향이라면,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 제도는 복원돼야 하며 종합부동산세와 같은 보유세 강화 정책은 유지돼야 한다. 2010년은 부동산 시장의 안정 여부를 가름하는 중요한 시기가 될 것이다.
변창흠 세종대 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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