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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이주호의 '명암(明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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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이주호의 '명암(明暗)'

입력
2009.12.30 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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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이명박(MB) 대통령은 이주호 전 청와대 교육과학문화수석 비서관을 교육과학기술부 1차관 자리에 앉혔다. 경질했던 그를 7개월 여 만에 교육담당 차관으로 다시 기용한 것이다. 왜 였을까. 인사권자의 의중을 헤아리는 건 쉽지 않지만, 최근 만난 한나라당 관계자가 전한 짤막한 해석에 눈길이 갔다. "기회를 한번 더 준 것 아니겠어요?" 새 정부 교육정책 입안자에게 교육문화수석 시절의 시행착오를 거울 삼아 완성 까진 아니더라도 확실한 뼈대는 세워보라는 숙제를 던졌다는 것이다.

알려진대로 이 차관은 '실패한 수석비서관'이었다. 독단적인 업무 처리, 정부 및 교육계와의 갈등 등 짧디 짧았던 수석 시절은 온통 상처 투성이였다. 이때문에 교육계가 기피했으나, MB는 '세컨 찬스'를 그에게 부여 했다. 결자해지(結者解之) 식의 인사였던 것이다. 이 차관에 거는 교육 문제 해결에 대한 기대가 적지 않았음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기도 했다. 대통령이 신뢰하는, '실세 차관'이라는 말도 그래서 나왔다.

교육부를 접수한 이 차관의 1년 성적표는 '우수' 일까, '평균' 일까, 아니면 '낙제점'수준 일까.

얼마 전 교육부는 이 차관과 관련한 동정 자료 하나를 내놓았다. 취임 이후 1주일에 평균 한 곳의 학교를 방문했다는 내용이었다. 교육 차관 임명을 전후해 그는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현장 목소리를 많이 듣겠다"고. 그래서 택한 게 '학교 투어'였는 지 모르겠다. 교육담당 차관이 현장을 모르면 정책을 입안하고 집행하는 데 현실감이 떨어지게 마련이고, 이런 측면에서 학교 방문은 바람직하다. MB 정부가 내놓은 초중등 교육 정책들을 일선 학교 현장에서는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착근(着根)에 지장을 주는 애로 사항은 없는지, 그는 교사ㆍ학부모와의 대화나 특강 등을 통해 비교적 정확히 파악할 수 있었다. 정책 수립에도 적이 도움이 됐을 법 하다.

그런데 이 차관은 흡사 습관화 한 듯한 학교 방문 보다 훨씬 중차대한 교육 현안에 대해선 별로 공을 들인 것 같지 않다. 자칫 논쟁에 휘말릴 경우 이미지에 흠집이 생길 수 있다는 판단을 했는지는 알길이 없으나, 주요 교육 현안 대처 성적은 그리 좋지 않다. 사교육비 경감 대책과 외국어고 문제, 수능 성적 공개 등 핵심 이슈들을 선점하지 못했다. 정치권 등에서 집중 제기한 현안을 침묵으로 일관하다가 대통령이 나서자 뒤늦게 처방을 내놓는 식이었다. 외고 대책만 하더라도 선발 방식을 100% 바꿔야 하는 본질은 비켜간 채 땜질만 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그의 머릿속에서 나왔다는 '고교 다양화 300 프로젝트'는 어떤가. 이 정책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자율형사립고는 선발방식은 정부가 통제하는 대신 교과과정은 상당 부분을 학교 자율에 맡겨놓는 바람에 개교 전인데도 논란이 뜨겁다. 외고 못지 않은 입시기관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는 게 현실이다.

그의 입장에선 "할만큼 했고, 성과도 적지 않다"고 주장할 수 있겠다. 그렇다면 욕을 뒤집어쓸 일도 마다하지 말았어야 했다. 그게 MB의 뜻이다. 이유가 무엇이든 장ㆍ차관이 함께 자리를 비워 교육부가 공백 사태가 벌어지는 일도 없어야 하지 않겠는가.

엊그제 MB는 라디오 연설을 통해 내년에 가장 역점을 둬야 할 과제로 교육문제를 꼽았다. 통치권자는 교육을 가장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이야기다. 대통령은 이 차관의 1년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김진각 교육전문기자 kimj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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