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여객기 테러 기도사건의 배후기지로 밝혀지면서 미국이 주도하는 테러와의 전쟁 '제3의 전선'으로 떠오르고 있는 예멘은 이미 알 카에다의 새로운 거점으로 자리잡은 상태다.
올 해 1월 알 카에다는 예멘 조직과 사우디아라비아 조직을 통합, 예멘에 아라비아반도 지부를 설립해 재정비했다. 사우디가 미국과 동맹을 강화하면서 알 카에다의 활동 반경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아리비아반도 지부 지도자는 나세르 아부델 카림 알 와히시가 맡고 있다. 그는 2006년 예멘 감옥에서 탈출한 26명의 알 카에다 요원 중 한 명이다.
미국 등의 집중 추적이 시작되면서 간부진의 면면도 조금씩 외부에 노출되고 있다. AP통신, 미국 abc방송에 따르면 사우디 출신 사이드 알 시리, 미군 관타나모 수용소에 수용된 적이 있었던 아부 무하마드 알 오피와 무하마드 아티크 알 하비 등이 주요 간부로 활동하고 있다. 알 하비는 전 알카에다 예멘지역 지도자였다.
이들 외에도 예멘에는 핵심요원 수십명을 비롯, 알 카에다 조직원이 최소 수백명이 모여있다. 아프가니스탄에 남아 있는 알 카에다 조직원이 100여명 정도에 불과한 것과 비교하면 이 지역이 이미 알 카에다 최대 거점으로 성장한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지방으로 갈수록 예멘 중앙정부의 통치력이 미치지 못하고, 숨기 좋은 험준한 지형도 알 카에다 확대에 한몫하고 있다고 AP통신은 보도했다.
예멘 알 카에다는 지난해 미국 대사관에 대한 폭탄테러를 감행해 16명을 사망케 했고, 올해에는 한국인을 비롯한 외국인 납치ㆍ살해 사건을 저지르기도 했다. 미군과 예멘 정부군은 '전면전'선언만 하지 않았을 뿐, 알 카에다 요원들이 숨어있는 지역에 대해 지속적인 공격을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달 17ㆍ24일에도 예멘 아비안, 샤브와 지역에 대한 공습이 있었다. 두 번의 공격으로 총 64명의 알 카에다 요원들이 사망했다고 예멘 정부를 밝혔다.
17일 공습의 사망자 중에는 지도자인 와히시도 포함돼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알 카에다는 이번 크리스마스 항공기 테러가 공식적으로 공습에 대한 보복이라고만 밝혔지만, 실제로는 지도자가 피살된 것이 결정적 계기가 됐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진희 기자 river@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