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모(51)씨는 2002년 취업비자로 인도네시아에 입국했다. 가전제품 판매로 돈을 모은 안씨는 지난해 휴양지인 바탐섬에 성인오락실을 차렸다. 싱가포르에서 유학하는 두 자녀를 돌보는 부인 정모(49)씨가 오가며 남편을 도왔다. 하지만 당국의 잦은 단속으로 오락실 영업을 제대로 할 수 없게 되면서 부부는 3,000여만원의 빚을 지게 됐다.
재정난을 벗어날 방도를 고민하던 부부는 보험사기를 결심했다. 인도네시아에서 사망한 것으로 꾸미면 국내 보험사에서 쉽게 확인할 수 없을 거라는 계산이었다. 안씨는 지난 6월 귀국해 보험사 6곳에서 사망보험금 특약을 맺어 보험상품 10개에 집중 가입했다. 사망 보험금 18억6,000만원을 일시에 수령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인도네시아로 돌아온 안씨는 7월 자신이 자카르타시(市)에서 오토바이에 치어 숨진 것처럼 서류를 꾸몄다. 사망진단서는 현지 병원의 의사와 간호사를 매수해 발급 받았고, 전직 경찰관인 현지인에게 의뢰해 교통사고 조사보고서와 화장터 영수증을 위조했다. 안씨를 화장터 장작 위에 눕혀놓고 사진을 찍어 마치 불교식 화장을 치른 것처럼 꾸몄다.
정씨는 인도네시아에서 직장 생활을 하던 조카 전모(32)씨를 시켜 한국대사관에서 사망 공증을 받아냈다. 전씨는 이모부 안씨의 사망 장면을 목격했다는 허위 진술과 함께 가짜 서류를 제출했다.
이어 정씨는 국내에 들어와 연고지인 부산의 한 구청에서 남편 사망신고를 했다. 남편 이름이 말소된 호적등본과 가짜 화장 사진을 들고 정씨는 보험금을 신청하러 다녔다.
완벽한가 싶던 사기 행각은 한 보험사 조사팀의 의심으로 꼬리를 밟혔다. 한꺼번에 여러 보험상품에 가입한 안씨가 한 달 만에 사망한 것을 수상히 여겨 경찰에 제보한 것. 경찰의 유인으로 이달 14일 귀국한 정씨는 장례식 사진을 추가로 내놓으며 범행 사실을 잡아떼다가 결국 자백했다.
안씨와 전씨도 강제추방 형식으로 23일 입국해 검거됐다.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사기미수 혐의로 안씨 부부를 구속하고 전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29일 밝혔다.
남보라 기자 rarar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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