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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코극장 새해 첫 기획작 '맹목'/ "볼 수만 있다면…" 인간의 근원적 열망을 들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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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코극장 새해 첫 기획작 '맹목'/ "볼 수만 있다면…" 인간의 근원적 열망을 들추다

입력
2009.12.30 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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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물리는 맹인학교를 배경으로 거기서 벌어지는 사건을 통해 안락에 몸을 맡기는 인간의 근원적 이기심을 들춰낸다. 연극 '맹목(Blindness)'이다.

보지 못 하지만 아무 불편 없이 살아가던 이들의 시각장애인학교에 한 학생이 들어온다. 그는 학생들에게 볼 수 없는 자신을 "불쌍한 장님"이라며 저주의 말을 내뱉는다. 학생들이 그 주장에 점점 빠져들어가며 불온한 생각에 물들어가는 것을 본 학교측은 대처에 골머리를 썩힌다.

이 무대는 소통의 문제를 정면으로 던진다. 시각이 없는 대신 나머지 감각이 발달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 사이의 대립과 충돌은 객석으로 하여금 스스로를 돌아보게 한다. 눈 먼 자들을 감금ㆍ관리하는 어떤 도시를 배경으로 인간의 근원적 본질을 망각한 현대를 암울하게 풍자한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주제 사마라구의 베스트셀러 <눈 먼 자들의 도시> 를 연상케 하는 연극이기도 하다.

"앞을 보는 것, 불가능한 것은 알지만, 이 소원 하나로 내 인생이 재가 된다 해도, 난 앞이 보고 싶어!" 전학온 학생의 말은 모든 이에게 충격이었다. 지금껏 그들이 누려온 행복이 완벽한 거짓일수도 있다는 자각 때문이었다. 그가 "죽어서라도 볼 수 있다면…"이라고 되뇌는 대목은 도달할 수 없는 열망이 얼마나 간절한지를 말해준다.

스페인의 대표적 희곡 작가 부에로 바예호의 '타오르는 어둠 속에서'를 각색ㆍ연출한오김수희씨가 지난 4월 자신의 데뷔작으로 한 차례 공연했던 무대다. 원작자의 1940년대 스페인내전 당시의 경험을 토대로 한 작품이지만 그 울림은 21세기가지 미친다. 오김수희씨는 이번에는 온실 유리를 상징하는 듯한 무대 장치로 안락한 일상에 갇혀 있는 인간들의 모습을 강조한다. 연극의 결말은 어쩌면 관객의 몫이다. 말미에서 전학생은 미끄럼틀을 타다 떨어져 죽는다. 그것이 자살인지 여부에 대해 연출자는 열린 결말을 택했다.

아르코극장의 2010년 첫 기획작으로 선정된 작품이기도 하다. 전진기, 김혜강 등 출연. 내년 1월 7~13일. (02)3673-5580

장병욱 기자 ag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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