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했던가? 그러나 늘 푸른 소나무처럼 10년 이상 한결같이 최고의 자리를 지킨 별들이 있다.
한국 마라톤을 대표한 '봉달이' 이봉주(39ㆍ삼성전자), 프로야구 최고령 투수 송진우(43ㆍ한화), 한국 테니스 간판스타 이형택(33ㆍ삼성증권). 이들은 기축년을 상징하는 소처럼 끈기와 인내를 바탕으로 묵묵히 정상을 지켜왔다.
하지만 세월을 이기는 장사는 없었다. 이봉주는 지난해 베이징올림픽에서 28위(2시간17분56초)에 머물자 올해 은퇴를 선언했다. 성실의 대명사로 불리던 '국민 마라토너'는 지난 10월21일 은퇴 경기로 출전한 전국체전에서 2시간 15분 25초로 우승했다. 개인 통산 41번째 마라톤 완주다.
평발이란 단점에 양 발 크기까지 달랐던 이봉주는 소처럼 우직하게 달리고 또 달렸다. 동갑내기 친구 황영조와 달리 타고난 재능은 부족했지만 불굴의 정신력으로 극복했다.96애틀랜타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따낸 이봉주는 2000년 도쿄마라톤에서 한국기록(2시간7분20초)을 세웠고, 보스턴마라톤(2001년)과 부산아시안게임(2002년) 등에서 우승하는 등 한국 마라톤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
송진우는 봄(4월)에 통산 3,000 이닝 투구라는 대기록을 세운 뒤 여름(8월)에 은퇴를 결심했다. 소속팀이 꼴찌로 추락한데다 2군에서 머무는 날이 길어졌기 때문. 아쉬움은 남았지만 선수 생활을 접고 지도자로 새 출발 했다. 1989년 프로무대에 뛰어든 송진우는 "21년 만에 처음으로 다음 시즌에 대한 부담 없이 겨울을 보낸다"며 웃었다.
테니스계의 거목 이형택도 10월 삼성증권챌린저대회를 끝으로 코트를 떠났다.98년과 2006년 아시안게임 단체전 금메달, 2003년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단ㆍ복식 우승, 2000년과 2007년 US오픈 남자단식 16강 진출 등. ATP 36위까지 오른 적이 있는 이형택은 지난 10년간 각종 국제대회에서 한국 테니스를 대표해왔다.
이형택은 "세계 무대에서 뒤처지지 않을 100점짜리 제자를 키우겠다"고 다짐했다. 이봉주와 송진우도 자신을 능가하는 제2의 이봉주, 제2의 송진우를 키우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상준 기자 j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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