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최근 토착 비리 척결을 자주 역설하는 배경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이 대통령은 8ㆍ15 경축사에서 토착 비리, 권력형 비리를 근절하기 위한 방안을 적극 모색하겠다고 선언했으며, 이달 들어서는 두 차례나 이 문제를 강조했다. 23일 법무부 등의 내년도 업무보고에서 이 대통령은 "(지방) 비리의 온상에는 지역토착 세력과 사이비 언론이 결부돼 있다"며 강력한 토착 비리 근절 의지를 밝혔다.
이 대통령은 28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는 검찰ㆍ경찰ㆍ국세청 직원들의 연고지 근무 관행에 대한 개선책 마련을 지시했다. "지금처럼 연고지인 고향으로 내려가 1년 단위로 근무해선 지역 현황을 다 파악하지 못할 뿐 아니라 토착비리 척결이란 개혁 과제를 손도 대지 못할 것"이라는 말도 했다.
사정기관 직원들의 '향피(鄕避)제'를 도입해서라도 토착 비리 척결에 나서야 한다는 취지다. 검찰과 경찰은 이미 전국적인 토착 비리 단속활동에 나섰다.
이처럼 토착 비리 척결에 대한 이 대통령의 강한 의지는 평소 인식에서 비롯됐다는 게 여권 관계자들의 공통된 전언이다. 기업 CEO시절 각종 공사와 사업 등을 하는 과정에서 지방행정기관 등을 상대하며 토착세력의 구조적 비리를 경험한 것이 작용했다는 것이다.
한나라당 친이계 의원은 29일 "대통령은 과거의 현장 체험을 토대로 토착 비리를 선진화를 위해 반드시 정리하고 넘어가야 될 국가ㆍ사회적 부조리로 여기는 듯하다"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부터 '법질서만 제대로 지켜도 GDP가 1% 올라간다'는 언급을 했는데, 그 연장선상"이라고 말했다.
지방정치개혁의 일환이라는 시각도 있다. 한 친이계 의원은 "지방정치의 비효율을 없애고 지방정치선진화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이 비리 척결이라고 판단한 듯 하다"고 말했다.
한편으로 토착 비리 근절을 지방선거와 연관시켜 보는 시각이 일부 있다. 한나라당 내에선 정치적으로 볼 때 내년 지방선거에 불리하게 작용하지 않을까 우려하는 분위기도 있다.
한나라당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지방권력 구조상 불똥이 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치적 위험성을 감수하고라도 부패사슬을 끊는다는 명분을 갖고 정면돌파를 하는 것이 오히려 지방선거에 유리할 수 있다는 반론도 있다.
정녹용 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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