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아시아나 그룹의 대우건설 매각 등 자구 노력이 불발로 끝날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연내 무조건 대우건설을 매각하겠다던 약속은 내년으로 미뤄지거나 아예 무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외국계 자본인 자베즈파트너스와 TR아메리카 컨소시엄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이들이 자본력 있고 신뢰할 만한 재무적 파트너를 구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과 채권단은 ▦산업은행 주도의 사모펀드(PEF)를 통한 대우건설 매입 ▦위기를 자초한 금호그룹 대주주의 사재 출연 ▦채권 출자전환을 통한 유동성 지원 등 특단의 대책을 마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민유성 산은지주회장도 최근 "대우건설 매각에 실패할 경우를 대비해 플랜B(비상대책)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금융당국이 금호그룹을 강하게 압박하는 데는 충분한 이유가 있다. 우선 매각이 성사되더라도 그룹 전반의 재무구조 악화는 불가피하다. 금호는 대우건설을 인수할 때 돈을 빌려준 재무적 투자자들에게 4조원을 물어줘야 하는데, 주당 2만원(28일 주당 1만2,850원)에 매각되더라도 1조5,000억원 정도가 부족하다. 당연히 금호는 대우건설은 물론, 계열사 및 보유자산 매각에 속도를 냈어야 했다. 금호는 보도자료를 통해 "오래 전부터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해왔다"고 강변했지만, 알짜 기업을 되파는 게 아까워 미적거리다가 그룹 전체가 위기에 처했다는 게 시장의 대체적인 판단이다.
금호의 금융권 채무는 총 18조원에 달한다. 유동성 위기가 더 심해지면 실물경제와 금융시장에도 큰 충격이 예상된다. 채권단은 금호의 자구 노력이 무산될 경우 즉시 산은 주도로 구조조정에 나서야 한다. 이 과정에서 어떤 식으로든 대주주의 책임을 물어야 함은 물론이다. 우리는 외환위기 이후 대기업이 구조조정에 머뭇거리다가 침몰한 사례를 여러 번 목격했다. 과감하고 신속한 구조조정만이 위기를 해결할 수 있다. 금호 대주주는 경영권에 집착하다 또 다시 소탐대실하는 우를 범하지 않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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