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광인 줄 알고 맞은 새해인데 고생만 많았는지 모른다. 생각대로 하면 될 줄 알았던 일이 도통 풀리지 않아 '빵꾸똥꾸'를 입에 달고 살았을 수도 있다. 누군가는 '엣지 있게', 또 누군가는 '겉절이'로 2009년을 보냈을 것이다. 웃음 많고 재미도 많고 논란도 많았던 여의도는 올해도 입에 착착 달라붙는 여러 유행어를 제조하며 사회 분위기를 반영했다.
유행어 제조기 '개콘'
올해 최고 유행어 제조기는 KBS2 개그프로그램 '개그콘서트'였다. 인기 코너 '분장실의 강선생님'은 '영광인 줄 알아 이것들아~'와 '니들이 고생이 많다'로 화제를 뿌렸다. 우리 사회에 여전히 남아있는 경직된 서열의식을 꼬집는 유행어였다. '봉숭아 학당'의 박지선이 남긴 '참 쉽죠~잉', 유상무의 '유상무상무상무'도 시청자를 웃겼다.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은 정준하의 자칭 '쩌리짱'을 널리 퍼뜨렸다. '겉절이 중 최고'라는 의미로 변두리 인생의 설움을 대변했다.
케이블 오락전문채널 tvN의 '재밌는 TV 롤러코스터'의 인기 코너 '남녀탐구생활'은 '~해요'로 끝나는 성우 서혜정씨의 냉랭한 말투로 케이블TV의 약진을 알렸다. '시베리안 허스키' '우라질레이션' 등 욕을 순화시킨 유행어도 '남녀탐구생활'의 산물이다.
욕망의 절정 '몸 유행어'
'초콜릿 복근' 등 몸을 음식에 빗댄 말초적인 유행어도 TV에서 수시로 흘러나왔다. 아이돌과 짐승이라는 어울리지 않을 단어로 조합된 '짐승돌'이 뭇 여성의 가슴을 흔들었다. 섹시한 허벅지라는 의미의 낯뜨거운 단어 '꿀벅지'가 아무렇지도 않게 공중파TV의 전파를 탔고, '청순 글래머'라는, 상식에서 벗어난 이율배반적인 용어도 탄생했다. 몸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고, 건장하거나 아름다운 몸만을 숭배하는 우리 사회의 비뚤어진 욕망이 은연 중 담긴 유행어들이다.
'몸 유행어'는 일명 '루저' 파문으로 절정에 달했다. KBS2 토크쇼 '미녀들의 수다'에 출연한 한 여대생이 "키가 180㎝가 안 되면 루저"라고 말하면서 이른바 '루저' 광풍이 인터넷을 강타했다.
드라마는 미실어록 '톡톡'
드라마 유행어들도 대체로 짧고 강렬했다. SBS 주말드라마 '스타일'에서 패션지 편집장을 연기한 김혜수는 '엣지 있게'라는 유행어를 알렸다. '스타일리시한' '강한' '멋진'이라는 뜻으로 쓰임새를 넓히며 사람들 입에 올랐다.
MBC 월화드라마 '내조의 여왕'은 철없는 재벌 2세 태봉(윤상현)이 외친 '아줌마 나야'를, 시트콤 '지붕 뚫고 하이킥'은 악동 해리(진지희)가 불만의 표시로 내뱉는 '빵꾸똥꾸'를 퍼트렸다.
드라마 유행어의 강자는 역시나 MBC '선덕여왕'이었다. 미실(고현정)이 입술 끝을 실룩거리며 만들어낸 어록은 장안의 화제를 몰고 다녔다. '사람은 능력이 모자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내 사람은 그럴 수 없습니다' '백성은 진실을 부담스러워하고 희망은 버거워합니다' 등이 '미실어록'에 올랐다.
라제기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