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권력은 수사권과 기소권을 독점한 데서 나온다. 쉽게 말해 검찰은 자체 판단에 따라 어떤 사안을 수사할지 말지, 범죄 혐의자를 법정에 세울지 말지를 결정하는 권한을 갖고 있다. 검찰이 막강한 권한을 공명정대하게 사용하면 문제될 게 없다. 오히려 기소의 통일성과 공정성을 확보해 민주주의의 요체인 법치주의 실현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불행히도 현실은 정반대다. 거듭된 개선 다짐에도 불구하고 검찰의 권한 남용 논란은 끊임없이 불거지고 있다. 법원이 구속영장을 기각하면 불구속 기소하는 게 정도일 텐데 굳이 다른 혐의를 찾아내어 몇 번이고 영장을 재청구해 구속하는 일이 다반사다. 또 시민사회단체의 거듭된 고발에도 재벌기업 총수 수사는 몇 년이고 미적대면서 정치 권력과 이념적 성향이 다른 세력에 대한 수사는 신속하고도 집요하게 처리한다. 이처럼 법 집행자로서 상반되고 일관성 없는 모습이 국민 신뢰를 갉아먹는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복역 중인 사채업자를 검찰이 7차례에 걸쳐 10가지 죄로 잇따라 기소하고, 정작 본인이 자백한 뇌물 혐의는 기소하지 않은 사례(한국일보 12월 28일자 12면) 역시 검찰의 권한 남용, 자의적 권한 불행사의 전형으로 볼 수 있다. 추가로 여죄가 드러나 기소한 것일 뿐이라고 검찰은 해명했지만 만기 출소 직전에 기소가 몰리고, 한 범죄로 볼 수 있는 것을 여러 건으로 쪼개 기소한 점 등은 '괘씸죄'를 적용한 것이라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게 한다.
검찰의 권한 남용이 잦을수록 검찰 권한을 제한 또는 통제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릴 수밖에 없다. 법조계, 학계에서는 이미 검찰 권한 통제나 분권화를 위해 재정신청 활성화, 공직비리수사처 신설 등 다양한 제도적 장치의 도입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검찰은 사채업자에 대한 '릴레이 기소'가 수사 검사의 정당한 권한 행사였는지 면밀히 조사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재발 방지책도 마련해야 한다. 검찰청법은 국민에 대한 봉사자로서 검사는 법이 부여한 권한을 남용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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