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여러 공식 석상에서 한국의 교육을 예로 들면서 미국의 교육 현실을 비판하여 주목을 받은 바 있다. 남의 나라, 그것도 세계 최강대국 대통령이 한국 현실을 칭찬한 것이니, 약소국 콤플렉스를 못 벗어 던진 우리에겐 관심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당사자인 우리가 '교육 망국'을 비판할 정도로 경제적으로나 심리적으로 고통을 안겨주고 있는 교육 현실이라는 점에서 오바마의 한국 인식을 정확히 분석할 필요가 있다.
나라마다 다른 교육 현실
언론 매체를 통해 알려진 그의 한국 교육관을 정리하면 두 가지가 눈에 띈다. 하나는 "한국 어린이들의 학교 가는 날이 미국 어린이들보다 많다"는 발언이다. 다른 하나는 "아무리 가난해도 자신의 자녀는 최고의 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믿는 한국의 학부모가 부럽다"라는 말이다. 두 발언이 가리키는 우리 교육 현실은 바로 가르치고 배우는 양쪽에서 보여주는 교육열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학부모의 교육열이 지나칠 정도이고 작금의 교육현실에 "불만이 많다."고 말할 정도로 우리 스스로 비판적이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은 얼마 전 추진한 '교육혁신 운동(Educate to Innovate Campaign)'에 거대 다국적 기업이 적극 참여하도록 독려하는 연설에서 한국의 예를 인용한 모양이다. 또 OECD 국가의 PISA(중3학년 학력검사) 테스트 결과 미국이 과학에서 21위, 수학에서 25위를 한 것도 인용했다.
이러한 발언을 두고 미국 내에서도 논란이 있었다. CNN 방송이 한국의 교육열을 "별난(whimsical)"것으로 묘사했듯이, 오바마 대통령이 적절한 예를 든 것인지 의문이라는 논평과 교사 단체 등의 반발도 있었다. 한국의 교육현실을 총체적으로 보지 못한 채 수박 겉 핥기 식으로 일부만 보고 전체 교육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는 교육학자의 비판도 있다.
심지어 '미국과 대등한 경쟁국도 아닌 아시아 약소국을 예로 들어서 무슨 감흥을 줄 수 있는가?'라는 비웃음처럼 우리 자존심을 해치는 얘기도 들린다. 하지만 오바마도 한국 실정을 정확히 모르는 사람이니 누구나 범하는 실수의 일부분이라고 생각하고 이 정도로 정리하자. 다만 우리 내부에 또 다른 오바마가 적지 않게 존재한다는 사실에 대해 좀 더 생각해보자.
우리의 교육 정책은 대체로 유학파 학자들의 아이디어에서 나온 것들이다. 이는 결코 과장이 아니다. 그렇다면 그러한 아이디어를 제공한 학자들은 수입한(!) 교육 프로그램이 작동되었던 '원산지'의 실상을 정확히 이해한 것일까? 필자가 경험한 바로는 절대 그렇지 않다.
물론 개인에 따라 다르겠지만, 유학한 현지의 역사 문화 관습 정서 등에 대해 정확히 이해하면서 공부를 마친 학자들은 많지 않다. 다만 책 속에서 읽었거나 들었던 것을 끄집어냈을 뿐이다. 이는 마치 추상화한 이론 모형에 누구보다 정통한 경제학자가 정작 한국의 실물경제에는 문외한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제 아무리 그 나라에서 만족할 만한 성과를 내고 있는 교육정책일지라도 바다를 넘으면 귤화위지(橘化爲枳)의 부작용을 낳게 마련이다. 특정 제도는 그 나라의 총체적인 현실과 맞물려 작동한다. 다른 나라에서의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실정에 맞는 정책 고민을
거의 매일같이 교육학자, 교육정책 담당자, 정치인 등의 입에서 정책적 아이디어들이 쏟아지고 있다. 그리고 지금도 미국과 북유럽뿐 아니라 심지어 쿠바의 사회주의 교육 현실을 탐방하러 떠나는 많은 사람들을 본다. 이제 단순한 '신사유람단(紳士遊覽團)'류의 아이디어 채집 수준을 벗어나, 우리 현실에 기반을 두면서 정책적 대안을 모색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조상식 동국대 교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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