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식음료 업체들은 신제품 출시보다 새 단장(리뉴얼)을 택했다.
경제불황으로 주머니가 얇아진 탓에 막대한 개발비용이 들어가는 새로운 상품의 성공을 장담할 수 없었던 게 첫째 이유다. 리뉴얼은 마케팅 비용도 줄이고, 약간의 변화로 신선함까지 줄 수 있으니 금상첨화. 맘만 먹으면 용량을 살짝 줄여 제품가격을 올리는 효과도 낼 수 있다.
변신에 나선 음료들
유독 경기와 계절을 많이 타는 음료업체가 선봉에 섰다. 용기 디자인뿐 아니라 맛도 변화시켜 소비자들을 유혹했다.
동아오츠카는 검은콩차 음료인 '블랙빈테라티'를 2년 만에 리뉴얼했다. 출시 당시 국내산 검은콩의 본래 맛과 효능을 살려냈다는 평을 받았지만 인기가 시들해지자 소비자 조사를 통해 강한 맛을 부드럽게 바꾸기로 결정한 것.
라벨 디자인도 바꿨다. 동아오츠카는 "검은콩의 텁텁함을 깔끔한 맛으로 살리고, 디자인은 젊고 세련된 이미지를 부각시켰다"고 했다.
롯데칠성음료는 최근 '델몬트'의 다양한 제품라인을 3개로 정비(프리미엄 오리지널 스카시플러스)하고 디자인을 바꿨다. 30년 가까이 사랑을 받고 있다는 점을 알리기 위해 'Since 1982'를 부각시켰다. 커다랗고 탐스러운 과일 이미지로 소비자들의 미각까지 자극한다. '2% 부족할 때'도 기본인 하얀 패키지는 유지하되 로고에 블루계열의 색을 보강해 시원함을 강조했다.
국내 첫 식이섬유 음료라 불리는 현대약품의 '미에로화이바'는 출시 20주년을 맞아 성형을 했다. 오렌지 소다 복숭아 등 3종으로 소비자들의 입맛 변화에 맞춰 단맛은 줄이고 깔끔함은 높였다는 게 업체 설명이다. 로고 및 병도 현대적인 디자인으로 꾸몄다.
농심은 기존의 홍삼 음료(홍삼수)를 '물처럼 마시는 홍삼수'라는 이름으로 새 단장했다. 하루 2L를 마시면 물과 함께 인삼(4년근, 40g 기준) 한 뿌리에 해당하는 사포닌과 홍삼 농축액을 섭취할 수 있다는 내용의 마케팅도 펼쳤다.
동서식품은 '맥심 아라비카 100'을 리뉴얼했다. 커피 원두의 맛과 향, 특히 아라비카 원두 고유의 꽃 향기로 깔끔한 뒷맛을 살린 게 핵심이다. '커피의 맛이 깊으면서도 조화롭다'는 게 소비자 반응.
이밖에 해태음료는 홍삼 꿀물 등 '몸에 좋은' 시리즈의 이름과 디자인, 맛 등을 바꿨다. 정식품은 '녹차베지밀'을 '녹차베지밀 프레쉬'(비타민 E성분 강화)로 리뉴얼했다.
성형에 나선 장수브랜드와 전략상품
삼양식품의 '별뽀빠이'는 무려 38년 만에 리뉴얼을 했다. 추억의 과자에서 기능성 과자로 거듭난 것이다. 이를 위해 철분을 첨가하고 식이섬유가 풍부한 귀리(오트) 가루를 쓰는 등 성장에 도움이 되는 원료를 보강했다는 게 업체 설명이다. 검정색이던 봉지는 네 가지 색깔로 알록달록 꾸미고, 뽀빠이와 올리브, 별 모양의 캐릭터도 그려 넣었다.
1982년 출시된 보리음료 '맥콜'도 디자인 리뉴얼에 동참했다. 보리가 동맥경화와 심장질환을 유발하는 트랜스 지방의 흡수를 억제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보리음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게 호재였다.
CJ해찬들은 쌈장을 리뉴얼했다. 시장점유율 50%이상을 기록중인 고추장의 바통을 이어받을 차기 주자로 내세운 것이다. 국내산 마늘의 함량을 높인 게 특징. 함께 선보인 '해찬들 재래식 100% 콩된장 골드'는 밀 쌀 등 기타 곡물을 전혀 사용하지 않은 게 기존 된장과 다른 점이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 장수브랜드나 히트상품의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리뉴얼을 하기도 한다"라며 "소비자의 반응을 충실히 살펴 새 단장을 하기 때문에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신제품 출시와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했다.
고찬유 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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