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31일까지 내년도 예산안을 처리하지 못하면 정부는 준예산을 편성해 집행하게 된다. 준예산은 본예산이 국회에서 의결될 때까지 직전 회계연도 예산에 준해 집행하는 예산이다. 국회 의결 없이 국무회의에서 의결하면 정부가 바로 집행할 수 있다.
헌법은 ▦헌법과 법률에 의해 설립된 기관, 시설 유지와 운영 ▦법률상 지출 의무 이행 ▦예산으로 승인된 계속 사업 경비 지출 등 최소한의 국가 기능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곳에 준예산을 편성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우리나라는 1960년 3차 개헌 때 준예산 제도를 도입했다. 그 전에는 국회 의결을 거쳐 1개월 분의 예산만 집행할 수 있게 하는 '가예산' 제도를 뒀었다.
외국도 의회가 예산안을 처리하지 못했을 경우를 대비한 장치들을 마련해 두고 있다. 독일은 우리나라와 비슷한 준예산 제도를 도입했고, 준예산의 용처를 법률에 의한 시설 유지비, 연방 정부 의무 이행을 위한 지출 등으로 최소화했다. 또 재원 문제 해결을 위해 전년도 최종 예산의 4분의1까지 정부가 신용 조달을 할 수 있게 한 조항도 있다.
미국 영국 일본 캐나다 등엔 '잠정예산' 제도가 있다. 의회의 의결이 있어야 정부가 집행할 수 있고, 집행 기간과 규모를 국회에서 따로 정한다는 점에서 준예산 제도와 다르다. 또 집행 분야도 준예산보다 상대적으로 넓다. 잠정예산 집행 기간은 일주일에서 수개월까지 나라마다 다르다. 양원제인 일본에서는 상원 격인 참의원에서 예산안을 처리하지 못할 경우 하원 격인 중의원에서 의결된 예산안을 의회 의결로 인정하게 돼 있다.
칠레는 의회가 다음 회계연도 개시 때까지 예산안을 처리하지 못하면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을 1년간 그대로 집행하도록 했다. 아일랜드와 이탈리아 등도 정부의 예산안을 집행하게 하고 있으나, '국회가 본예산을 의결할 때까지' 등 임시 예산이 집행되는 시한을 정하고 있다. 오스트리아 체코 덴마크 네덜란드 스페인 등은 전년도 예산을 기준으로 예산을 집행할 수 있게 했다.
최문선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