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2월 27일 오전. 이스라엘 공군은 전폭기 60대를 동원해 하마스의 본거지인 가자지구 전역을 폭격했다. 일명 '가자(Gaza) 전쟁'의 서막이다. 이스라엘의 전격적인 침공으로 무려 225명의 팔레스타인인이 개전 첫날 하루 만에 희생됐다. 해를 넘겨 1월 18일까지 계속된 전쟁은 어린이 300여명을 포함, 모두 1,400여명의 목숨을 앗아간 후에야 총성을 멈췄다. 이 전쟁은 실낱같이 이어졌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평화협상 가능성을 산산조각냈다.
전쟁 후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는 보다 강경해졌고 이스라엘 정부는 유대인 정착촌 건설을 멈추지 않는 등 전쟁에 버금가는 긴장감이 요르단강 주변을 떠나지 않고 있다. 양측간 산발적 충돌이 이어졌고 주요국들의 중재노력도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강경한 하마스… 제2전쟁 위기감도
국제사회는 가자지구 전쟁 이후 더욱 대립하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평화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기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내다본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27일 전쟁 발발 1년에 즈음한 성명에서 "가자에 희망이 없다"고 토로했다. 앞서 러시아 전략문제연구소 중동문제 전문가 세르게이 데미덴코도 22일 "중동 평화 프로세스의 구체적 결과는 10년 또는 20년 안에 나올 것 같지 않다"고 전망했다.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밀어붙이고 있는 대 팔레스타인 강경정책이 하마스의 무장활동을 부추기고, 평화협상 재개의 선결과제로 꼽히는 정착촌 문제가 더 꼬이면서 부정적 시각은 더 확산되고 있다. 급기야 1주년에 하루 앞서(26일) 터진 이스라엘군의 팔레스타인인 6명 사살 사건으로 전망은 더욱 불길해지고 있다.
영 일간 가디언은 27일 "이스라엘 군이 가자와 서안지구에서 각각 3명의 팔레스타인인을 사살함에 따라 가자지구의 휴전협정이 새로운 위험에 빠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최근 창설 22주년을 맞으며 강력한 군사적 저항을 맹세한 하마스는 이번 사건이 '제2의 가자전쟁'의 도화선이 될 수 있음을 경고한다.
AFP통신은 "하마스가 전쟁으로 큰 피해를 입었지만 여전히 가자지구를 확실히 장악하고 있고 항전의지가 강해 제2라운드를 준비하는 것으로 보여진다"고 보도했다.
양보 못하는 정착촌, 협상재개 요원
미국ㆍ이스라엘ㆍ팔레스타인 3자 정상회담 등을 통해 국제사회는 끊임없이 중동평화를 추구해왔다. 하지만 이, 팔 양측은 매번 서안지구와 동예루살렘의 유대인 정착촌 등 영토 문제에 발목이 잡힌 나머지 가자전쟁 이후 평화협상 재개를 향해 한 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지난 11월 이스라엘 내각은 서안지구 정착촌 건설을 10개월간 동결하기로 했지만 팔레스타인은 "동예루살렘에서도 정착촌 건설을 멈추지 않으면 평화협상은 없다"며 이스라엘 조치는 기만이라고 비난했다.
동예루살렘에 대한 갈등도 최근 새롭게 불거지고 있다. 유엔에 이어 유럽연합이 이달 초 "예루살렘은 장래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공동 수도가 되어야 한다"고 밝힌 것이 이스라엘을 발끈하게 했다. 실질적으로 동예루살렘에 대한 권리가 팔레스타인에 있음을 인정한 이런 움직임에 이스라엘은 유럽연합 의원들의 가자지구 방문허가를 취소하기까지 했다.
이런 상황에서 과거 방식의 외교로는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토마스 프리드먼은 최근 뉴욕타임스에 쓴 칼럼에서 "지금까지 이ㆍ팔 협상은 항상 결론이 같은 영화를 보는 듯 했다"며 "차라리 협상에서 미국 등 국제사회가 빠지는 식의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양홍주 기자 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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