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취업 걱정을 숙명처럼 앉고 살아가는 젊은이들이 솔깃할 만한 정책 하나가 나왔다. 청와대에서 열린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였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중소기업 구인난과 청년 구직난의 미스 매치(Mismatchㆍ불일치) 문제를 보고받고 "인문계 대학, 특히 지방대를 나온 뒤 취업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정부 예산으로 6개월~1년 정도 직업훈련시키고, 그 기간 생계보조금도 지원하는 것을 검토해 보자"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직장을 못 구하고 있는 대졸자들에게 '취업에 필요한 교육을 시키려 하는데 나와서 훈련을 받을 생각이 있느냐'고 개별 통보하는 방안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를 두고 '일자리의 미스 매치를 극복할 수 있는, 훌륭한 아이디어'라는 언론의 평가가 많았다.
사실 필자도 이 정책이 마음에 들었다. 그러나 함께 이뤄져야 할 핵심이 빠져 있다는 생각 역시 지울 수 없었다.
대졸자들이 중소기업에 가지 않는 이유는 뭘까. 당연히 저임금 때문이다. 노동부에 따르면 중소기업 근로자의 월 평균 급여는 242만원(2007년 기준)으로 대기업 근로자의 374만원에 크게 못 미친다. 또 다른 이유는 낮은 장래성 때문이다. 중소기업에서 자신의 비전을 실현할 수 있을지에 대해 의구심을 갖고 있는 것이다. 이 두 가지 근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이상 대졸자들은 중소기업에 취업하지 않는다. 직업훈련을 무료로 시켜 준다는 것은 이 같은 근본 문제와는 별 상관이 없다. 번뜩거리는 아이디어지만 그냥 하나의 지엽적 보완책일 뿐이다.
그렇다면 임금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중소기업을 대기업이나 다름없이 성장시키면 가장 좋겠지만 당장은 요원한 얘기다. 그래서 대졸자가 이 직업훈련을 받은 뒤 중소기업에 취업할 경우 기업의 임금 지출액 가운데 일정 부분을 정부가 지원하면 어떨까 생각해 봤다. 이는 근로자 고용 촉진 및 유지를 위해 중소기업에 지원되는 기존의 각종 장려금(대졸 고졸 중졸을 따지지 않는다)과는 별도로 지급돼야 할 것이다.
이 제도와 관련, 중소기업 근로자 중 유독 대졸자의 임금만 지원한다는 데 대한 논란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확보된 인재가 시너지 효과를 낳아 중소기업을 키우면 결국 고졸 중졸 근로자에게도 이익이 될 것이라는 차원에서 용인될 수 있을 것이다.
재정에 대한 걱정도 있겠지만 정부가 정한 직업훈련 대상이 14만명이고, 이 가운데 절반 내외가 취업할 것으로 본다면 그리 큰 부담은 아니다. 청년인턴제를 원래 내년부터 폐지하려다 일단 계속 시행키로 한 모양인데 이 제도를 당장 없애고 재원을 여기에 쓰는 것도 방법이다. 청년인턴제는 그저 심부름이나 시켜 인턴 개인에게도 이익이 되지 못하고, 제대로 된 장기적 일자리도 창출하지 못한다.
임금 문제 해결책과 함께 장래성 제고 방안도 필요한데 중소기업에 근무하면서 실력을 인정받은 인재를 대기업이 적극적으로 뽑아 쓰는 제도를 도입하면 어떨까 한다. 지금처럼 필요하면 한두 사람 뽑는 게 아니라 정기적으로 많은 사람을 특채하는 형식이다. 정부는 대기업에게 이런 제도의 도입을 권유하고 잘하는 경우 인센티브를 줄 수 있을 것이다.
이은호 생활과학부장 leeeun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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