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평화협상을 더욱 어렵게 하는 것은 팔레스타인의 정국 불안이다. 서안지구에 위치한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와 가자지구의 무장정파 하마스 사이의 갈등이 날로 심화되는 것이 문제다.
양측 대립으로 현재 팔레스타인 대통령선거와 총선은 실시 여부조차 불투명한 실정이다. 마흐무드 압바스 자치정부 수반은 당초 대선과 총선을 의회 임기가 종료되는 내년 1월 24일에 실시하자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하마스측이 "가자지구에서 정상적인 선거를 치르기 어려울 것"이라며 선거불참을 선언함에 따라 팔레스타인 선거관리위원회는 12일 선거의 무기한 연기를 선언한 상태다.
게다가 서방세계와 협상에서 온건한 입장을 견지해 온 압바스 수반도 교착 상태에 빠진 중동 협상에 대한 불만을 표하며 대선 불출마를 선언한 터라 상황은 더욱 꼬여가고 있다. 양측의 대립은 협상창구 이원화를 불러와 중동평화협상의 정체 상태가 장기화할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현재 하마스와 자치정부 양측에 대한 지지도가 엇비슷한 것도 불안 요소다. 최근 예루살렘미디어&커뮤니케이션센터(JMCC)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따르면 압바스 수반에 대한 지지도와 하마스 지도자인 아스마일 하니야에 대한 지지도는 각각 16.8%와 16%로 격차가 크지 않았다. 설사 선거가 실시된다 해도 패배한 쪽이 결과에 승복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팔레스타인 정부가 갈팡질팡하는 사이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인들은 여전히 이스라엘의 공습 후유증으로 피폐한 생활을 하고 있다. 이스라엘의 봉쇄 정책 때문에 전쟁 복구 물자는 태부족한 상태라, 집을 잃고 천막에서 생활하는 팔레스타인인이 아직도 1,000여명에 이른다. 이스라엘은 하마스가 군사 시설을 재건할 수 있다며 가자지구 내 건축자재 반입을 전면 차단한 채 일부 구호품만을 간헐적으로 들여보내고 있다. 유엔 팔레스타인난민기구는 궁여지책으로 최근 이들 난민들에게 가자지구 내에서 구할 수 있는 진흙으로 120채의 집을 지어 제공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장기적인 재건 계획이 전무하다는 것이다. 현재 가자지구의 공장은 텅텅 비어 있으며 팔레스타인인은 점점 구호품에 의존한 생활에 익숙해지고 있다. 구호단체에서 일하는 암자드 샤와는 "우리는 지금 이집트로부터 들어오는 물건에 전적으로 의지하고 있다"며 "상황은 점점 나빠지고 있다"고 말했다. AP통신도 "현재 가자지구에서 유일하게 활개를 치고 있는 이는 밀수꾼과 정치인들 뿐"이라며 답답한 상황을 전했다.
최지향 기자 jhchoi@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