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여객기 테러미수 사건을 사전에 막지 못했느냐를 놓고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성탄절에 터진 이 사건으로 미 국민의 위기감은 9ㆍ11 테러 이후 최고조에 달하고 있으나, '예방 가능했던' 사건이 실행 일보직전까지 간 것은 의문투성이라는 게 언론의 지적이다.
용의자 우마르 파루크 압둘무탈라브(23)가 기내에 숨겨 들어온 '펜타에리트리올(PETN)'은 테러범들이 가장 흔하게 사용하는 고성능 폭발물이다. 1970~80년대 플라스틱 폭약의 형태로 수많은 테러에 사용됐다. 당국에 이미 훤히 드러난 PETN이 아무런 제지도 받지 않아 문제의 심각성이 훨씬 크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탑승객들에 대한 검색의 한계를 가장 큰 원인으로 지적한다. 모든 탑승객을 대상으로 한 '자기탐지기'는 금속물질을 적발한 뿐 이 같은 폭약물질은 감지하지 못한다. 몸 속까지 볼 수 있는 전신 X-레이 스캐너는 이런 물질을 잡아낼 수 있으나 '알몸 투시'라는 사생활 침해 논란에 휩싸여 일반 승객들에겐 사용되지 못했다. 이 때문에 2,200여개에 달하는 미 전역의 공항에 불과 40대만이 설치돼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27일 테러 요주의 인물 리스트와 관련, "일부 명단은 수년이 지난 것도 있다"며 재점검을 지시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쿠바 관타나모 수용소 수감자들에 대한 오바마 대통령의 본국 송환 계획에도 차질이 예상된다. 특히 용의자가 예멘의 알 카에다와 접촉했다는 정황이 나오면서 예멘인 수감자 80여명의 본국 송환 계획에 대한 반대론이 일고 있다.
한편 재닛 나폴리타노 국토안보부 장관은 CNN 방송과의 회견에서 "이번 사건이 더 큰 무엇의 일부라는 징후를 발견하지 못했다"며 추가 테러나 국제테러단체와의 연루 가능성에 대해서는 일단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 이날 용의자 행적과 관련해선 누군가의 도움으로 여권없이 비행기에 탔다는 목격자 증언이 나왔다. 영국 더 타임스는 용의자가 극단적 종교성향을 보여 '교주'로 불렸으며 9ㆍ11테러를 옹호했다고 보도했다.
워싱턴=황유석 특파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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