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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원전 첫수출/ 조선·IT 경협 카드 내밀자 "코리아, 오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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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원전 첫수출/ 조선·IT 경협 카드 내밀자 "코리아, 오케이"

입력
2009.12.29 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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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에미리트연합(UAE)가 강대국 프랑스 및 미일 연합작전에도 불구하고 동방의 작은 나라 한국에 400억달러(한화 47조원)의 원전 건설 프로젝트를 맡긴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6번째로 원전 수출국 대열에 합류할 수 있었던 데엔 실무진에 대한 신뢰 구축과 함께 장기적인 안목에서 전략적인 경협 파트너로 접근, 상층부를 설득한 것이 주효했다는 게 지경부의 설명이다.

5월 "한국 수주 가능성 0%"

"아레바 컨소시엄과 GE-히타치 컨소시엄의 2파전이 될 것이다."

2009년 5월 UAE 원자력공사(ENEC)가 원전 국제 공개 경쟁 입찰 자격 심사 결과, 한전 컨소시엄과 아레바 컨소시엄, GE-히타치 컨소시엄 등 3곳을 발표하자 국제 원자력 업계는 이런 전망을 내 놓았다. 객관적인 수치상으로는 우리나라가 경쟁력을 갖고 있었지만 이는 서류(다큐먼트)상의 수치일 뿐이었다.

원전 수출에선 제안서의 숫자가 아닌 실제 수출 실적(레코드)이 더 중요했다. 이 때문에 결국 우리나라는 원전 수출 강대국인 프랑스의 아레바나 미일 연합군에 밀릴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관전평이었다. 이런 상황에선 UAE 실무진도 한국의 손을 들어주긴 힘들었다.

9월 실사 과정 신뢰 구축, 희망이 보인다

이러한 기류에 변화의 조짐이 생긴 것은 9월 중순. UAE는 당초 9월4일 우선협상대상자를 2곳으로 압축하겠다고 했다가 돌연 3개 컨소시엄을 모두 계속 협상대상자로 발표했다. 그리고 현장 답사를 하겠다고 통보해 왔다.

우리는 오히려 이것을 기회라고 보고 현장 실사단을 극진하게 대접했다. UAE에 지을 원자로형과 같은 신고리 3,4호기와 신울진 1,2호기 현장으로 실사단을 안내한 뒤 실제 운영 상황 등을 모두 공개하고, 상세하게 설명한 것.

서류상의 수치만을 보고 의구심을 갖던 실무진이 한국형 원전의 경쟁력을 인정하고 우리측에 기울게 된 결정적인 계기였다. 김정관 지경부 에너지자원실장은 "현장에서 실물을 보여주며 설명하자 UAE측 실무진이 신뢰감을 표시하기 시작했다"고 회고했다.

10월 사르코지의 반격, 다시 프랑스 대세론

실무진은 우리나라 실사 후 한국형 원자로가 더 우수하다는 보고를 올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러한 첩보를 입수한 프랑스는 이 때부터 다급하게 움직였다. 프랑스는 UAE에 군대를 주둔시키고 있을 정도로 UAE와 돈독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나라.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해에 이어 5월에도 UAE를 방문, 수주전을 폈다.

원자력 업계 관계자는 "UAE 실무진이 한전 컨소시엄에 더 높은 점수를 주자, 프랑스가 이전과는 다른 파격적인 제안과 협박을 동시에 하면서 다시 분위기가 프랑스쪽으로 바뀐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11월 특사단 파견,"아부다비 2030 돕겠다" 제안

이러한 변화를 간파하고 특사단을 파견한 것은 이명박 대통령이었다. 당초 이 대통령은 "내가 직접 UAE로 가겠다"고 했다가 비서진이 만류하자 한승수 전 국무총리와 최경환 지경부 장관, 김태영 국방부 장관 등 40명을 현지로 보냈다.

우리측이 이 때 준비한 것이 바로 반도체와 조선, 정보기술(IT) 분야의 경제협력을 강화하는 것이었다. "UAE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 지 파악해서 맞춤형 전략을 펴라"는 이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것이었다.

UAE가 원유가 고갈될 시대에 대비한 '아부다비 2030' 경제개발 계획을 추진중이지만 경제개발 노하우와 기술 이전 파트너를 찾지 못해 답답해 한다는 사실을 간파하고 경협 카드를 준비한 것.

우리나라는 특히 반도체와 조선 등의 분야에서 세계 1위일 뿐 아니라 당시엔 금융위기를 가장 빨리 극복하고 있는 나라로 해외 언론들의 집중 조명을 받던 때라 시운도 맞았다.

포스트 오일 시대의 미래 성장 동력을 찾는 데에 고심하던 UAE의 지도층에 우리쪽 제안은 매력적이었다. UAE의 속내를 정확하게 짚은 것이었다.

이처럼 실무진과 상층부의 공감대가 우리나라로 모아지고 있을 때 화룡점정을 한 것은 물론 이 대통령이었다. 지경부 관계자는 "원전의 특성상 실무진 의견도 중요하나 결국 최종 결정은 정치적 고려가 개입될 수 밖에 없다"며 "현대건설 사장 시절부터 원전에 관심이 많았던 이 대통령이 수주전을 진두지휘하며 막판 정상외교전을 펴, 결국 원전 수출의 꿈이 이뤄지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박일근기자 ikpark@hk.co.kr

문향란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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