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 총리가 28일 김종필(JP) 전 자민련 총재의 신당동 자택을 찾아 세종시 수정 추진에 대한 협조를 구했다. 정 총리는 이날 뒤늦은 취임 인사를 하는 형식으로 초기 뇌졸중에서 회복 중인 JP를 찾았다. JP는 이 자리에서 세종시 문제에 대해 "서 있는 사람이 '다리가 아프니까 앉아서 얘기합시다'라고 할 때까지 기다리고 설득하라"며 "천천히 서둘러라"라는 묘한 조언을 했다.
JP측 김상윤 특보는 회동 직후 세종시에 대해 "노무현 정부, 이명박 정부 들어 충청도 사람들이 '배신 당한 게 아니냐'는 반감을 많이 갖고 있으니 (정부가) 서두르지 말고 차근차근 대응해야 한다는 게 김 전 총재의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면서 "원론적으로 JP도 행정 부처 이전에는 반대하는 입장"이라고 소개했다.
김창영 총리실 공보실장이 전한 발언은 약간 뉘앙스가 다르다. 김 실장은 "JP의 입장은 '충청도 사람들은 조금씩 변하고 있고 수정안만 좋으면 설득이 가능하니까 천천히 서둘러라'라는 것이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정 총리는 "수도가 분할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7년을 기다렸는데 더 기다리게 하는 것은 예의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또 1964년 한일회담 반대 시위, 6ㆍ25전쟁, 건강 문제 등을 주제로 30분 동안 대화를 나눴다. 지난해 12월부터 초기 뇌졸중 증세로 팔다리가 일부 마비됐던 JP는 최근 지팡이를 짚고 혼자 걸을 수 있을 정도로 건강이 호전됐다.
한편 세종시 민관합동위는 이날 6차 회의를 열어 민간위원들의 독일, 대덕 방문 결과에 대해 토론했다. 지난주 독일의 본 베를린 다름슈타트 등을 다녀온 위원들은 "독일의 중앙행정기관 분리로 인한 문제는 생각보다 심각하며 세종시도 같은 처지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했다. 그러나 세종시 원안을 지지하는 강용식 위원은 "독일 사례와 세종시 사례는 다르다"며 "오히려 모든 행정부처는 세종시로 통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위원들은 또 "대덕과의 시너지를 위해서는 과학비즈니스벨트가 세종시로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이를 위해 충남북을 잇는 광역 교통연계축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정상원 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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