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사람이 하나의 저작물 제작에 함께 관여한 경우 단순히 아이디어나 소재만 제공했다고 해서 그 사람을 공동저작자로 볼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김능환 대법관)는 시간강사의 저서를 표절하고서 도리어 시간강사가 저작권법을 위반했다며 고소한 혐의(저작권법 위반 및 무고)로 기소된 부산 모 대학 김모(58) 교수에게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8일 밝혔다.
재판부는 "두 사람 이상이 저작물 작성에 관여한 때는 창작적인 표현 형식 자체에 기여한 사람만이 저작자가 된다"며 "창작적인 표현 형식에 이바지하지 않은 사람이 아이디어나 소재를 줬다는 것만으로 저작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1999년 김 교수는 저서를 집필 중이던 시간강사 정모씨에게 자신과 공저로 책을 출간할 것을 제안했다. 정씨는 처음에 어쩔 수 없이 제안을 받아들였으나, 김 교수가 책 내용 일부를 표절해 자기 이름으로 논문을 쓰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공저 제안을 거절했다.
정씨는 이 책을 단독 출간했으나, 김 교수는 오히려 "나와 함께 쓴 책을 혼자 이름으로 냈다"며 정씨를 저작권법 위반 혐의로 고소하고 정씨가 쓴 책의 일부분만 수정해 자기 이름으로 책을 냈다.
저작권법 위반 및 무고 혐의로 기소된 김 교수는 재판 과정에서 "저술을 지도ㆍ감독한 이상으로 정씨의 저작에 깊이 관여했다"며 항변했지만, 1ㆍ2심은 "일부 소재만 제공하거나 간단한 수정ㆍ교정 작업을 한 것으로는 공동 저작으로 인정할 수 없다"며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봤다.
이영창 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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